
[편집자] 이 글은 3월 둘째주 월요일 베프레터에 실렸습니다.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벌써 열흘 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은 벌써 8조 원이 넘는 돈을 공격에 쏟아부었습니다. 트럼프가 2026년 5개 주의 아동 보육 등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한 금액 14조 5천억 원의 절반이 넘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이 막대한 재정이 미군 7명, 이란의 민간인 최소 1,205명(이 중 어린이만 194명에 이릅니다)를 죽이는 데 쓰인 것입니다.
유가 인상을 감당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자들
한편, 전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을 통제하고 중동이 불안정해지자 기름값도 미친 듯이 오르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섰는데도 트럼프는 유가 인상이 “아주 작은 대가”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 ‘작은 대가’는 한국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3월 1일 리터당 1,695.89원이던 일반 휘발유 가격은 불과 일주일 후인 3월 8일 1,945원까지 치솟았고, 일부 지역은 2,600원까지도 올랐습니다. 경유 가격 역시 1주일 사이 300~400원 올랐습니다.
가격 인상의 가장 큰 대가는 화물운송노동자, 택배노동자들처럼 기름 없이는 일할 수 없는 사람들, 특히 노동자인데도 ‘자영업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치르고 있습니다. 화물노동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임금)을 규정한 안전운임제가 일부 품목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다보니, 기름값으로 드는 비용이 얼마든 화물주들이 지급하는 운송비는 전쟁 전 가격 그대로입니다. 결국 지금의 기름값 수준으로 계산하면, 이틀에 한 번씩 기름을 가득 채워야 하는 화물차 노동자들은 연료비로 월 120~16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합니다. 똑같이 일하는데도 소득이 공중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
정유사 “폭리”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슬러야
이재명 정부는 정유사의 담합과 ‘바가지’를 문제 삼고 나섰습니다. 전쟁 전, 기름값 인상 전에 국내에 들어온 석유량이 아직 충분한데 왜 벌써부터 정유사들이 가격을 올렸냐는 것입니다. 정부는 기름 가격의 상한선을 아예 정부가 정하는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고, 주유소의 매점매석을 집중단속하겠다고 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지 않아도 운송이 가능한 아랍에미리트나 쿠웨이트 등을 통해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평범한 사람들이 입는 경제적 타격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장대로, 국제 석유 가격의 인상 추세가 “너무 빨리” 국내에 적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 석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정부가 국내 유가를 국제 유가 인상 수준보다 낮게 유지하려 할 경우, 정유사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국내에 판매할 기름을 국외 판매용으로 돌리려 할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 국내 공급 기름양이 줄어 가격은 상승할 것입니다. 반대로, 이런 상황을 피하겠다고 정부가 가격상한을 ‘국제 유가 인상 수준’ 정도로만 정한다면,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에서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려면, 정부가 정유사들의 이익을 거슬러 시장에 더 적극 개입해야 합니다. 예컨대, 정부가 당장 비축유를 푸는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정부와 민간업계가 가진 보유량을 합치면, 1억 5천만 배럴(약 7개월 정도의 사용가능량)이나 됩니다. 특히, 이를 이용해 기름 없이는 일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1순위로 전쟁 이전 가격의 기름을 공급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또, 일상생활에서 기름을 사용해야 하는 그 외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일정량을 할당해 싸게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가 내는 기름값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교통세, 에너지환경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도, 소득 수준에 따라 면제나 감경해야 합니다.
전쟁 중단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전쟁을 끝내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호언장담과 달리, 전쟁은 점점 더 장기화되고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전쟁으로 인한 여러 고통이 계속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될 것입니다. 어제 이란은 걸프만 인근의 미국 동맹 국가들에게 공격을 재개했고, 이란의 최고지도자 자리에는 결국 트럼프가 가장 반대하던 인물,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강경파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앉게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이란을 간접적으로 도우며 전쟁에 연루하기 시작했고,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국가들도 트럼프와 밀고 당기며 조금씩 전쟁에 발 담그려 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한국 역시 2000년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혈맹’으로서 어떤 역할을 요구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치를 대가는 단순히 기름값 인상 정도에 그치지 않을지 모릅니다. 어제 3월 8일 국제여성의 날을 맞아 스페인에서 수만 명 여성과 시위대가 요구한 것처럼, 이 야만적인 제국주의 전쟁이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