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이 글은 3월 첫째주 목요일 베프레터에 실렸습니다.
사법개혁 3법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2월 26일 통과되었습니다. 3월 5일에는 해당 개정 법률들에 대한 공포 여부를 논의하는 정부 국무회의도 마쳤습니다. 판사-검사 또는 수사관련 공무원을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 3심까지 마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가능하게 하는 재판소원 제도는 대통령의 법률 공포 즉시 시행되고,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 하는 법원조직법은 2년 뒤부터 시행됩니다.
사법부를 다른 국가기구를 통해 개혁한다? VS 법원이 스스로 개혁한다?
사법개혁 3법에 대한 찬반논란은 국회 통과 이전부터 뜨거웠습니다. 개혁 대상인 조희대가 이끄는 사법부의 저항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개혁 자체를 찬성한다고 하는 조국혁신당이나 <한겨레>,<경향> 등 자유주의 언론, 여러 전문가, 지식인들도 민주당의 법안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그들이 문제 삼은 것은 법왜곡죄 신설 쟁점이었는데, 관련 법 문구가 지나치게 모호하다거나 악용 우려가 있다는 등의 입장을 폈습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사법부 또는 재판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제를 공유하며 신중론을 폈습니다.
그러나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성’, ‘3권 분립’ 등의 가치는, 현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허상입니다. 지귀연이 구속날짜 숫자놀음으로 윤석열을 풀어주고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유례없는 속도로 2심 판결을 뒤집은 사건은, 법원의 ‘정치성’과 그들이 가진 극우성을 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또, 몇 년 전 있었던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사건도 여전히 기억해야 합니다. 이들은 법원의 힘을 키우겠다면서 보수적 판결을 대가로 박근혜 정부와 결탁했습니다. 그 결과, 쌍용차 노동자, KTX 노동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신 독재 피해자들, 일제 강제 징용 동원 피해자들은 법원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래놓고 정권이 바뀌자 바로 “대한민국 중도층의 기본 스탠스는 정치는 진보, 경제-노동은 보수”라며 “대북 문제를 제외한 정치적 이슈에서는 과감히 진보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법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이렇게 자신들의 조직적 이익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권력자와 부자들과 결탁하는 법원이, 스스로를 개혁하려 할 리 없습니다. 실제로 사법개혁의 기치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조차 사법농단에 연루된 66명의 현직 판사에 대해서 고작 10명만 징계하며 제식구 감싸기에 나섰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문제는, 법 왜곡죄 등으로 사법부를 정말 바꿀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실제 법 왜곡죄가 존재하는 독일의 경우도, 판사와 검사 등이 해당죄로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법 왜곡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수사도, 기소도, 재판과 처벌도 바로 그 검사와 판사들이 하기 때문입니다.
사법부에 대한 진정한 개혁은, 대중의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통제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재판에 대중 스스로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법관에 대한 직접 소환제나 민주적 선출 등 새로운 제도가 설계되어야 합니다. 즉, 민주당의 사법개혁은, 너무 미약해서 문제이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법관이 법왜곡죄든 다른 무엇이든 재판 결과에 대한 문책과 대중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필요한 일입니다. 법원을 감시하고 압박하는 대중의 운동과 여론이야말로, 사법개혁의 효과적 수단이자 유일한 동력인 것입니다. [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