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왜 중요한가

파업은 집회와 시위로는 달성할 수 없는 더욱 커다란 목표를 달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1987년의 경험을 되살려보면, 6·29 민주화 선언 이후로 호시탐탐 양보를 거둬들일 기회만 엿보던 신군부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이 이후에 벌어진 7~9월의 노동자 대투쟁이었다. 파업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생산을 멈추는 일이다. 생산을 멈춘다면 순식간에 지배자들이 아니라 생산을 멈춘 노동자들이 이 사회의 주인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평소에 으스대던 사장들도 결국은 노동자의 노동 위에 기생하는 존재일 뿐이며 노동자들에게 자기 회사를 돌려달라고 하소연해야 할 처지로 전락한다. 그러다보니 지배자들은 파업을 한편으로 두려워하며 가슴 깊이 경멸한다.

생산을 멈추는 힘

노동자의 생산 없이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가끔씩 한 작업장에서 벌어진 파업에 지배자들 전체가 총력으로 대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던 노동자들의 구호를 접한 <조선일보>는 “나라를 결단낼” 파업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세에 눌린 노무현 정부는 이들에게 양보안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문재인은 회고록에서 밝혔다. 2022년에도, 화물연대는 2주 동안의 파업만으로도 정부-사용자 추산 4조 원의 타격을 안겨줬다. 2023년 현대차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기미가 보이자, 언론들은 실제 파업을 하면 연 1조의 손실이 일어날 것이라고 몸서리쳤다. 주요 산업의 파업은 국가를 마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기업에서만 일어난 파업도 자칫 여러 곳으로 번져 산업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 올해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의 파업 사례에서도 보듯이, 현대차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파업은 연쇄적으로 현대차를 마비시킬 가능성이 있다. 파업은 그 기업의 사용자 뿐 아니라, 다수의, 또는 모든 사용자들의 이윤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앞서 본 화물연대의 파업도 전국의 건설산업과 유통망을 마비시키는 효과를 냈다.

사회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는 총파업

강력한 파업은 체제 전체를 뒤흔드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996년 12월 26일, 김영삼 정부가 노동법과 안기부법 개악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킨 것에 항의해 벌어진 총파업에는 무려 37만 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해 전국을 멈춰세웠다. 김영삼 정부는 한 발 물러서 개악안 내용을 조정해야했고, 결국 1997년 말 재집권에 실패, 김대중 정부가 당선하고 노동계급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탄생했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노란조끼 운동은 2019년 3월 19일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으로도 발전했고, 마크롱 정부는 몇 달 뒤 기업 감세혜택을 폐지하고 개인소득세를 감면하겠다고 물러섰다. 즉, 집회와 시위를 통해 정치적 안정성이 흔들리고 지배자들이 양보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면, 파업을 통해서는 체제 자체가 흔들려서 누가 이 사회의 권력을 쥘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20세기 초, 러시아와 독일, 이탈리아 등을 휩쓴 혁명적 상황도 모두 노동자들의  파업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후, 우리는 다시 윤석열이 군림하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극우들이 ‘계몽령’이라고 강변하는 것에 일말의 진실이 있다면, 전처럼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점에 있다. 다만 지금 운동의 상황은 극우와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며 돌파구를 좀처럼 열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선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계몽파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통하여 누가 진짜 이 사회의 주인인지 모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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