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퓰리처상 사진전> – 포토저널리즘으로 담은 현대 자본주의의 야만과 비극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보는 사진기자가 되려고 애쓰지만, 때로는 눈물이 렌즈 앞을 가려버리곤 합니다.” – 스탠 그로스펠트(Stan Grossfeld, 1984, 1985 퓰리처상 수상자)


퓰리처 상은 1917년 만들어진 상으로, 사진기자들을 포함해 좋은 보도를 한 미국 언론인들에게 수여된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2024년 12월 21일부터 오는 3월 30일까지, 194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퓰리처상을 수상한 주요 보도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은 복제가 가능한 예술이고, 전시된 사진 중에는 워낙 유명한 사진들도 많아 누군가에게는 이 전시가 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사진을 한 자리에 모으고, 각 사진에 관련된 역사적 배경을 붙여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큰 장점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면, 20세기와 21세기의 ‘평화로웠던’ ‘번영기’의 자본주의가 실은 얼마나 많은 일상적인 야만과 비극을 품고 있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전쟁

예컨대, 이 전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은 전쟁의 참상을 다룬 것들이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 손이 묶인 채 눈 속에 파묻혀 사망한 민간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부터,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콩을 즉결 처형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 르완다 내전, 소말리아 내전, 라이베리아 내전, 코소보 전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폭격을 담은 사진까지 너무나 많은 전쟁의 참상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또, 전쟁에서 돌아왔지만 두 다리를 잃은 채 자식을 안고 있는 재향군인의 모습, 참전 후 PTSD에 시달리는 제대군인의 표정을 담은 사진은, 전쟁에 ‘끝’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차별과 혐오

야만적인 혐오와 차별, 그에 맞선 희망을 전하는 작품들도 있다. 1952년 미식 축구 챔피언인 흑인 선수에게 시합장에서 가해진 폭력을 담은 사진이나, 1976년 보스턴에서 성조기로 흑인을 폭행하는 현장을 찍은 사진 등이 분노를 일으킨다면, 1975년 켄터키 루이빌에서 인종 분리 교육이 폐지되고 교실에서 흑인 어린이와 백인 어린이가 손을 맞잡은 사진은 희망을 느끼게 한다. 한국인으로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 기자의 사진(‘최루탄 피하는 온두라스인 난민 가족’)은, 트럼프가 국경 장벽을 높이면서 ‘폭도(갱)’라고 비난한 난민들이 얼마나 우리와 꼭 닮은 평범한 사람들인지 알게 해준다. 


투쟁과 저항

저항을 다룬 사진들도 많다. 전시회의 첫 작품으로 볼 수 있는 “피켓 라인”은, 1941년 포드 공장 노동자들의 봉기의 전조가 된 구사대와 파업 노동자들의 충돌을 담은 사진이다. 1970년 반전 운동이 벌어진 미국 켄트 주립대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쏘아 사망한 친구를 앞에 두고 울부짖는 여성을 담은 사진도 있다. 이 5월 학살 사건에서 대학생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했지만, 총을 쏜 경찰은 누구도 처벌되지 않았다. ‘블랙 라이브스 매러’ 운동에서 미국 성조기를 거꾸로 들고 거리로 나선 사람의 사진, 홍콩 민주화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에게 진압되어 아스팔트 바닥에서 소리지르고 있는 여성의 사진 등도 관람객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 잡는다. 


전시는 사진을 찍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긴 사진기자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여성이라는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워야 했던 기자들, 목숨을 걸고 사진을 찍다 결국 취재 현장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 그리고 사진을 찍느라 비극의 희생자를 돕지 않았다는 비난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한 이들까지, 여러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이렇게 치열하게 사진을 남기려 애쓴 이들 중 한 명인 에디 애덤스(Eddie Adams, 1969 수상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무기는 단지 파괴할 뿐이다. 그러나, 가슴으로 찍은 사진가의 카메라는 사랑, 희망, 열정을 담아 삶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끈다. … 삶은 지속되고,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

활동가들에게도, 사진은 종종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주장이자 선동으로 다가온다. 사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쉽게 공감하기 어렵거나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현실, 그 모든 흐릿한 것들을 빛으로 그려내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500분의 1초의 순간을 담지만, 그 찰나에는 이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할 진실의 총체가 아로새겨져 있을 수도 있다. 자본주의는 누군가의 희생, 누군가에 대한 차별과 혐오 위에서 작동하고, 오직 그에 반대하는 저항들을 짓누름으로써만 하루하루 돌아간다는 것 말이다. 그렇기에, 이 전시회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 사회가 빚어낸 타인의 고통이 이토록 숱하게 존재한다면, 우리도 지금 여기서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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