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직장폐쇄 해제하고 노동자 요구 수용하라


현대제철이 당진공장 일부 라인(PL/TCM)을 직장폐쇄했다. 해당 라인 노동자들이 지난달 21일부터 파업에 나섰다는 이유다. 직장폐쇄를 한 기업은 파업 노동자들의 사업장 출입을 막고, 노동자들이 업무를 하려고 할 때도 이를 거부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파업에 초강수로 맞대응한 셈이다. 또, 현대제철은 보수언론과 경제지를 동원해, 노동자들의 파업이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며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를 위기로 몰고간다고 여론전을 펴고 있다. 


영업실적 급감인데 성과급 타령한다? 

현대제철의 대표적 비난 논리는, 회사 실적이 악화됐는데 웬 성과급 타령이냐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주장에 따르면, 시장 불황으로 2024년 영업이익은 3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금 노동자들은 2024년 실적과 무관하게 2023년의 영업이익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버티기로 나온 탓에, 지난 해 시작된 2023년 분 성과급 지급 논의가 아직도 마무리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2023년 매출액은 25조 9,148억 원, 영업이익은 8,073억 원이었다. 회사가 나쁘지 않을 때도 흔쾌히 노동자들에게 성과를 나눠주지 않고 시간을 끌더니, 이제는 불황인데 무슨 성과급이냐고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현재 1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회사 부채비율 역시 2020년 108%에서 2024년 78.7%로 꾸준히 감소해왔다. 곳간이 진짜 얼마나 비었는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회사의 내로남불 : 임금 상한 정할 때는 현대차가 기준이라면서요

한편, 현대제철은 노동자들이 현대차의 노동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이 말도 안되는 ‘떼쓰기’라고 주장한다. 내로남불이다. 그동안 현대제철과 현대차가 소속된 현대그룹사들은 ‘양재동 가이드라인’이라는 기준을 통해 그룹사 차원에서  현대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해왔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대차에서 X로 임금이 결정될 경우 다른 계열사는 X 이하로만 임금을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대차 부품생산 회사는 X의 80%,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60%로 정하는 식이다. 회사가  임금인상을 제한할 때는 현대차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고, 노동자가 임금인상을 주장할 때는 현대차를 기준삼는 것이 부당한가? 

현대제철 노동자들 없이 현대차가 실적낼 수 있나? 

더구나 현대제철은 현대차의 차량 핵심 재료인 철강 강판을 공급하는 회사다. 이번 파업이 특별히 보수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현대차에 공급되는 강판을 완성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당진공장이 멈추면, 현대차의 자동차 생산과 판매도 있을 수 없다. 

현대제철과 현대차, 그룹 내부의 연동성은 거래규모를 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3년 현대제철이 국내 계열사(현대차 등)과 거래한 규모는 무려 2조 661억원이었다. 해외 계열사(현대스틸 인디아, 현대스틸 USA, 현대스틸 아메리카, 현대스틸 아난타푸드 등)들과 거래한 매출 역시 2조 2270억원이나 됐다. 그리고 이렇게 거래된 제품은 대부분 해외의 현대·기아차 공장으로 납품된다. 현대·기아차 공장이 해외에 지어지면, 그 생산에 연계되는 현대제철도 여기에 함께 따라가는 구조다. 지금도 현대제철은 미국의 철강 관세를 피해 자동차 가격을 낮추겠다며 미국 현대차 공장에 철강을 납품할 미국 내 제철소 신축을 검토하는 중이다. 게다가 미국 제철소 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에 맡긴다고 한다. 

이익 배분 ; 노동자는 기업별로, 회장님은 그룹전체로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도 현대차는 2023년에 총 62조 9천억원의 계열사 간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현대그룹사 내 4개 회사가 계열사인 글로비스에 물량 몰아주기를 한 행위가 시정명령 대상이라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현대차그룹 내 기획조정실이 전체 그룹사의 비공식적인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결국 자본은 생산할 때는 개별 기업 단위를 넘어서 ‘한 집 살림’처럼 이 회사 저 회사의 노동자들을 활용해 이윤을 극대화하지만, 정작 노동자에게 그 성과를 배분할 때는 유독 서로 ‘남의 집 살림’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대형 주주라는 이유로 여러 계열사의 이익을 두루 합쳐 18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겨갈 예정이다. 2024년에 비교해 10%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고임금’ 노동자는 파업 하면 안되나

보수언론은 ‘고임금’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는 딱지도 빼놓지 않는다. 지난 해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도 그렇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마다 등장하는 논리다. 그러나 고임금 노동자에게는 파업할 권리가 없는가? 고임금이 문제라면, 대체 얼마부터가 파업을 해도 되는 임금이고, 그런 기준은 누가 무슨 자격으로 정하는 것인가? 현대제철 노동자들이 업계 불황인데도 고임금을 받아서 문제라면, 2023년 27억 6,700만원 연봉을 받은 안동일 전 사장이나 같은 해 평균 4억을 수령한 다른 임원들의 급여에 대해서는 왜 비난하지 않는가? 

▲ 진짜 고임금 받는 CEO는 존경의 대상, ‘고임금’ 받는 노동자는 비난 대상?


고임금 노동자든 저임금 노동자든 누구나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싸울 수 있고, 싸워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도 싸울 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같이 나서서 싸울 가능성은 적다. 정규직 노동조합운동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더 적극 연대해야 한다는 지적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위해 싸우는 것이 문제라는 트집은 완전히 다르다. 이 두 가지를 뒤섞는 보수언론과 사장들의 비난이야말로 노동자 사이의 분열을 부추기고 연대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현대제철 노동자 임금인상 요구, 완전히 정당하다 


사실 현대제철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임금’은 그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자 투쟁의 성과이기도 하다. 현재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3교대 또는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9시 출근-6시 퇴근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수면과 생활 패턴을 조정해가며 새벽과 야간에도 일하는 것이다. 그래서 야간근로수당 등 각종 특별근로수당이 붙기에 결과적으로 남들보다 ‘고임금’이 된다. (사실 이렇게 번 돈 또한 대부분 생활비로 사용될 것이 뻔하다. 높은 물가, 집세와 이자, 자녀 교육비, 의료비, 노후 대비 자금 등 2023년 기준 3인 가구 도시근로자의 평균 가계 지출은 월 525만원이나 된다.)


게다가 현대제철의 노동자들은 많은 중공업 회사가 그렇듯이 일상적 산재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2월 28일 새벽에는 당진공장에서 운반 열차 사고로 실려있던 쇳물 300톤이 누출되면서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해 12월에는 당진공장에서 가스누출 사고로 1명이 사망했고, 2월 초에는 인천공장에서 폐기물 수조 청소를 하던 노동자 7명(하청업체 노동자 포함)이 죽거나 다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제철소 내 현장에서 추락사도 종종 일어난다. 

▲ 현대제철 산재산안 사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제시된 ppt 내용 중 일부

이런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당당하게 싸워왔다. 2022년에는 146일 동안 사장실을 점거했고, 2021년에는 현대제철의 불성실 교섭에 게릴라 파업으로 맞섰다. 이번 파업 역시 노동자들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한 정당한 노력의 일부다. 현대제철과 보수언론의 주장과 달리, 노동자들은 배부른 소리나 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윤과 생산의 뿌리이자 기업의 존립 근거다. 현대제철은 당장 직장폐쇄를 해제하고, 노동자들과 대화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일부 공장(당진)의 일부 공정 뿐 아니라 모든  공장과 공정의 노동자들이 더 적극적인 행동과 파업에 나서게 될 것이다. [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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