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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이 글은 4월 넷째주 월요일 베프레터에 실렸습니다.
오늘의 파티를 위해 내일을 갉아먹는 노동자들?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사업장에 삼성전자 노동자 3만 9천 명이 모였습니다.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의 1/3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분명했습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15%를 노동자들에게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지난 몇 달 동안 노동조합이 교섭에 나섰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이제 남은 방법은 파업 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보수언론은 바로 거품을 물고 나섰습니다. <조선일보>는 삼성전자에서 특별 포상 등 고액의 보상을 제시했지만 노동자들이 과도한 욕심으로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국제적인 “사생결단의 경쟁” 속에서 기술력과 자본 투자가 “더 중대한 사활적 문제”라는 것입니다. <동아일보> 역시 노동자들이 “지난해 주주들에게 환원한 배당금의 4배”에 이르는 돈을 요구한다며, 모든 경쟁사들이 “천문학적 투자에 몰두”하고 있는데 “오늘의 파티를 위해 미래를 갉아먹는 최악의 선택을 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임금 인상은 언제나 시기상조?
재밌는 점은, 보수언론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2024년 사상 최초로 파업에 나섰을 때도 똑같은 결론을 말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성과급 지급을 거부했고, 노동자들은 이에 분노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때 <조선일보>는 이렇게 썼습니다. “적자에선 벗어났지만 비상 경영에 돌입해야 할 정도 … 각국 정부가 총력전을 펴면서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가운데 … 밖에서는 경쟁 기업인 TSMC에 밀리고, 안으로는 …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삼성전자는 직원들에게 성과급만 못 준 게 아니라 지난해 낸 막대한 적자 때문에 올해 법인세도 나라에 한 푼 못 내는 지경이다. … 전 직원이 마음을 합쳐 회사를 살리는 데 주력해도 모자랄 판에 억대 연봉자들이 이 무슨 철부지 같은 떼쓰기인가.”
결국 이런 논리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은 그 어떤 때에도 적절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기업의 경영이 어려울 때는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니까 노동자들은 참고 인내해야 합니다. 기업의 경영이 잘 될 때에는, 당장은 괜찮아도 미래의 어려움을 대비해야 하니까 노동자들은 참고 인내해야 합니다. 사장님이 가끔 주는 것 정도만 감사하게 여기고 받으면 그뿐이지, 감히 욕심내고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느 영화의 유명한 대사처럼, 이런 방식의 비난은 노동자와 시민들을 “개, 돼지” 취급하는 것입니다. 지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벌어들였습니다(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 37조 6천억 원,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57조 2천억 원). 이들 기업의 이익이 한국 1분기 경제 성장률을 5년 6개월 만에 1.7%까지 끌어올렸을 정도입니다. 이럴 때 그 기업의 노동자들이 임금을 올릴 수 없다면, 대체 언제 어느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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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또는 말장난
한편, 삼성과 보수언론은 노동자들의 파업이 다른 노동자들이나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도록 교묘한 말장난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미 회사 측에서 노동자들에게 1인당 평균 5억 원 선의 엄청난 성과급을 약속했는데, 노동조합은 1인당 6억 7천만 원 가량을 요구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흘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가 냈다고 하는 안은 어디까지나 “국내 실적 1위를 달성하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하이닉스와 경쟁해서 그들을 따돌리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 없는 ‘양보안’인 것입니다. 심지어 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그때까지 더 많은 노동시간과 임금 억제를 감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언론에서 강조되는 노동조합 이 요구한다는 성과급 배분 액수(‘45조 원’)는 어디까지나 교섭 단계에서 제시한 가안에 불과합니다. 지금까지 교섭이 타결되지 못한 것에서도 보듯이, 실제 이러한 액수가 관철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현재 노동조합은 액수가 아닌 영업이익의 15%라는 비율을 요구하고 있는데(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배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이래저래 계산해 “최대”치를 상정해 특정 금액이 노동조합의 확정적 요구인 것처럼 알리고 있는 셈입니다.
삼성전자가 말하지 않고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2024년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을 겪어 노동자들의 성과급 지급 0%를 결정했을 때, 정작 삼성전자 임원들은 3년 동안의 경영실적 정산의 대가라며 총 3,899억 원을 나눠먹는 인센티브 파티를 벌였습니다. 올해 삼성전자 임원들은 얼마를 가져가게 될까요? 삼성전자 임원들 다수는 삼성전자의 대형 주주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주주 배당이나 주식 거래 시세 차익을 통해 얻은 또는 얻을 이익까지 합치면 이들의 주머니 사정은 지금 어떨까요? 보수언론이 노동자들에게 “파티를 할 때”가 아니라고 꾸짖으려면, 그보다 먼저 임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2021년 삼성전자 CEO인 김기남 부회장은 보수로 82억 7천 4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삼성전자 ‘귀족’ 노동자들의 평균 급여는 1억 2천 7백만 원이었습니다. 격차는 무려 65.1배에 이릅니다. 사실 이런 진짜 ‘귀족’과 노동자 전체 사이의 임금 격차는 삼성전자만의 현상도 아닙니다. 이미 2015년 보도를 통해, 시가 총액 30대 기업 CEO와 일반 노동자의 연봉 격차는 최대 142배라는 통계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할 자격
삼성전자가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회사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노조를 비난하는 논리도 만연합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측이 18일 동안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다며 그로 인한 회사의 손실액이 3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자, 보수언론은 노동조합의 주장 중 이례적으로 그 대목만 따서 자극적인 인용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KB증권 등에서도 나름의 계산을 통해 파업이 실제 벌어지면 생산설비 정비 등이 정상화 되는 데 추가로 2~3주가 걸릴 것이고, 글로벌 공급 차질 규모도 꽤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적기 공급’에 대한 신뢰 자산이 소멸하고 고객사 이탈 등이 가시화되는 등 삼성전자는 물론 국가 경제까지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주장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니라, 정반대로 이들이 파업을 하고 임금 인상을 따낼 자격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의 노동 없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의 헌신이 없다면 D램 수출도, 고객 유치도, 한국 경제도 없었을 것입니다. 진정한 문제는 이 분명한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게 이 사회에서 은폐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돌아볼 때, 이러한 진실은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순간에만 모두에게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삼성전자가 멈출 때, 더 많은 노동자들도 자기 노동의 가치를 실감하고 스스로를 위한 투쟁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계속 양보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이 예정된 파업에 돌입하기를 바랍니다. 2024년 파업에서 아쉽게 승리하지 못했던 것에서 교훈을 얻어, 이번에는 더 단호하고 전격적으로 싸우기를 바랍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싸워 통쾌하게 이겨야 한국 사장들과 보수언론이 헛소리를 멈출 것이고,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감 있게 싸울 환경이 마련될 것입니다.[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