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이 글은 “베프레터” (4월 다섯째주 목요일 발행호)에 실렸던 <궁금해요, 맑스쌤>를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
Q. 똑같이 “착취”를 당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잖아요. 삼성이나 SK하이닉스, 현대차와 기아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충분히 많은 보상을 받는 것 아니에요? 이들은 착취당한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A. 어떤 사람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귀족’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들이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사실상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명백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의 원인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은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낮은 데에 있습니다. 1997년 IMF 시기가 도래하기 전 비정규직 노동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 제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다수는 정규직 노동자 신분으로서 그들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임금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하루아침에 그들의 신분과 임금 수준을 바꿔버린 것은 자본과 이를 허용한 정부이지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를 강조하는 많은 사람들은 노동자 임금과 자본가 소득 및 자산의 격차, 계급 사이의 경제적 양극화 문제를 진지하게 주목하지 않습니다. 그 격차가 훨씬 더 크고 심각한데도 말입니다. 예컨대, 지난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받은 1년 총 보수는 193억 7천만 원이나 됐습니다. 아무리 이재현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자본 투자 등 온갖 리스크를 감수했다고 해도 실제 노동하는 노동자들보다 이렇게 많은 돈을 가져가는 것이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맑스는 리카르도의 노동가치설을 발전시켜서 자본가 이윤의 원천이 노동계급의 노동에서 온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아무리 고임금을 받아도 노동자들은 언제나 자본가에게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노동자는 자신 노동으로 생산한 가치만큼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노동력을 재생산할 만큼의 비용만 임금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이 격차가 바로 자본가의 잉여가치, 이윤입니다.
정규직-고임금 노동자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노동이 특정한 시대에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많다거나, 또는 그들이 잘 조직되어 투쟁을 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 수준은 영구적이지 않고, 경제적 조건 변화나 노동운동의 약화로 언제든 정체하거나 후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규직 또는 고임금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또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단결할 이해관계가 생깁니다. 사회 평균의 임금 수준은 노동자 전체 임금 수준을 올리거나 내리는 압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규직 임금 수준이 내려가면, 이는 비정규직 임금을 깎는 명분이 됩니다. 낮은 비정규직 임금은, 정부와 사용자, 보수 언론에게 정규직 임금을 특혜라고 공격할 무기로 쓰입니다. 따라서 모두가 단결해서 싸워야 합니다. 자본주의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는 노동자는 없습니다. 노동자 사이의 임금 차이에 주목하기보다, 함께 단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