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이 글은 “베프레터” (4월 넷째주 목요일 발행호)에 실렸던 <궁금해요, 맑스쌤>를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
Q. 자본가나 사장들 중에도 생산수단을 직접 소유한 것은 아니고, 기업 소유주에게 고용되는 전문 경영인도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런 사람도 자본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사람은 노동자는 아닌가요?
A. 한국 재벌 대기업에서는 여전히 소유주가 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통제하는 것이 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자본주의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어느 정도 분리되는 경우도 흔히 있는 것 같습니다. (대)주주들이 기업을 소유하고, 그들이 선임한 이사회나 전문경영인(CEO)이 기업 경영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물론, 주식회사의 이사회나 전문경영인도 스스로 꽤 많은 주식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쨌든, 형식만 보면 전문경영인도 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이 ‘노동자’일까요? 평범한 노동자들 입장에서 보면, 경영진이 모종의 ‘노동자’라는 주장은 상당히 황당한 말로 들릴 것입니다. 전문경영인들은 소유자들의 이익, 즉 이윤 극대화라는 목표를 위해 그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을 위임받은 사람들입니다. 즉, 이들은 생산수단을 법률적, 형식적으로 소유하지는 않았더라도 그 생산수단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언젠가 경영인 자리에서 물러날 수는 있겠지만, 이들이 경영자로서 권한을 쥐고 있는 기간 동안에는 기업과 소유주들의 이익을 대변해 노동자들을 착취합니다.
이들이 단지 일반 노동자에 비해 보수를 현격히 많이 받아서 ‘자본가’라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막대한 보수가 노동자들을 착취한 대가로서 소유주들의 이윤에서 직접 배분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맑스의 “계급” 개념은, 베버나 주류 사회학의 “계층” 개념처럼 소득 수준의 차이를 사다리처럼 층층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 및 통제권 여부에 달려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본가의 기준을 재산 수준이 아닌 생산수단의 실질적 통제에 있다고 생각해야, 국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 문제에서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정부가 사실상 사용자이자 소유주로서 그 곳의 노동자들을 통제합니다. 정부가 각종 경영평가나 기준, 예산 지원 배분 등을 통해 공기업 등을 움직이고, 그곳의 사장도 공무원과 다름 없이 정부가 임명합니다. 임명된 사장이나 실질적 통제자인 정부 모두 그 조직의 노동자와의 관계에서는 자본가인 것입니다.[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