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이 글은 3월 넷째주 월요일 베프레터에 실렸습니다.
지난 21일 저녁, BTS의 컴백 공연이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됐습니다.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관객 숫자는 예상(26만 명)보다 훨씬 적었습니다(서울시 추산 4만 명, 하이브 측 추산 10만 명). 공연이 생각보다 덜 흥행하자, 이번 공연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도 더 많이 조명되고 있습니다. 공연을 위한 통제가 과도해 시민과 노동자들의 불편이 매우 컸고, 광화문 인근 상인들도 큰 손해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경찰과 정부는 공연 당일 오후 2시부터 시청역과 광화문역 등에서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키고, 공연장소 인근에 검문검색대를 31개나 설치해 행인들의 짐을 검사했습니다. 관련 구역 통제 시간은 33시간이나 이어졌습니다. 무단 관람을 막겠다면서 행사장 고층 건물의 출입을 통제하는 통에, 사용자 요구로 강제 연차를 썼다는 인근 건물 토요일 근무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돌봄노동자들의 집회, 미국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등 공연장 인근 개최 예정 집회도 모두 제한하거나 장소를 옮기도록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현장 관리’ 업무를 위해 정부는 경찰 6천 7백 명, 서울시 공무원 2천 6백 명, 소방공무원 8백 명, 서울도로교통공사 공무원 4백 명 등 거의 1만 명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소방 업무는 사고 시 근거리 출동이 핵심적으로 중요한데, 이렇게 인력을 특정한 장소에 집중 배치하는 통에 만일 다른 곳에서 사고가 났다면 정상적인 출동이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위한 통제였나
과연 이 정도의 공공의 불편과 자원 사용이 필요했을까요? 정부와 주최 측은 안전 사고의 발생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혹시라도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대거 모이는 장소에 매번 이 정도의 공무원 인력을 투입한다는 것은 사실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또, 행사를 주관하는 분명한 주최 측이 있는 콘서트와,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을 동일시하는 것도 의아합니다. 이런 경찰 논리대로라면, 앞으로는 대규모로 열리는 집회에도 병력을 대거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만일 공연자나 참여자의 안전이 문제가 될 만한 구체적인 우려가 있다면,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안전 통제를 하기 용이한 (교외나 실내)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될 일입니다. 이번 통제 조치가 사실 안전보다는 ‘꼼수 관람’이나 넷플릭스를 경유하지 않은 ‘사적 중계’를 막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국가적 이익을 위한 공연?
이번 공연에 따른 ‘불편함’과 비용 소모가 다소 있었어도, 이 공연 자체가 국가적 이익이 되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비록 일부 상인은 공연 당일 손해를 보았다고 하지만, 이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방문 기간 동안 많은 돈을 사용했고 BTS의 컴백에 따른 앨범 판매, 투어, 굿즈 등 최소 3조 수준의 수입이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또, 이 행사를 위해 서울시 곳곳에 환영문구가 걸리고 경관조명이 설치되는 것도 결국 ‘도시 브랜드 투자’로서 이익이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BTS라는 그룹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문화적 위상과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는 얘기도 따라붙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기업의 이익과 평범한 사람들의 이익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상징적 공간을 ‘방탄소년단다움’이라며 공연을 밀어붙인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확실히 이번 공연으로 많은 돈을 벌었을 것입니다. 넷플릭스에게 제작비를 모두 부담시키면서도 공연의 지식재산권을 가져가기로 한 하이브 회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연을 독점 중계한 넷플릭스 역시, 전세계 방탄소년단 팬덤에 힘입어 플랫폼으로서 위상을 더욱 높이는 이익을 거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누린 이익은 구체적이고 막대한 반면,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얻었다고 하는 이익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기업이 언젠가는 창출하고야 만다는 “고용 효과”는, 왜 하필 이번 공연이 광화문에서 이렇게 진행되어야만 했는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나나 내 주변 사람이 이번 공연 덕에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외국인들 앞에서 “두유 노 BTS?”라고 물을 기회 같은 것 말고, 실제 서울시민이 얻은 구체적인 ‘이익’은 하이브에서 1주일 광화문 광장 사용료로 납부했다는 3천만 원, 경복궁과 숭례문 촬영료 6천만 원이 전부입니다.
기업에게는 친절봉사, 시민들에게는 검열
광화문 광장을 이렇게 염가에 ‘판매’하고 공식 후원자 명단에 이름 올린 서울시이지만, 이런 ‘호구’ 같은 태도는 어디까지나 기업 한정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서울시는 이번 광장 사용 허가가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조례는 2022년 8월 당시 재개장한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문화제’ 형태로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것이었습니다.

이 조례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은 서울시의 “재산”으로서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므로 그와 맞지 않는 행사에 대해서는 시장이 “사용제한”을 할 수 있습니다. 헌법이고 뭐고 시장이 마음 먹으면 집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4년 경찰도 이 조례를 근거로 시민들의 광화문 광장 집회를 가로막았습니다(결국 법원에 의해 금지 결정 일부 취소). 이미 인천시도 비슷한 조례를 만들었다가 2023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까지 받았는데, 서울시와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이번 BTS 공연은, ‘모두의 광장’이 누군가의 광장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습니다. 그 누군가들에게는, 집회와 시위 등 시민 모두의 기본권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광장보다, ‘시의 위상’을 높이는 광장, 기업의 이윤 추구의 수단인 광장이 훨씬 더 중요해 보입니다. 한편, 문화 행사 역시 그 행사가 공공의 광장에서 열리는 것이라면, 시장논리에 따른 기업 이익보다 우선해야 할 수많은 목표들이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공연자 내지 생산자로서 나설 수 있는 행사 같은 것이 공공의 재원으로 기획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회적 자원에 대한 통제권이 우리가 아닌 누군가들에게 있는 이상, 결국 우리는 그들에게 요구하고 맞서 싸워 그것들을 쟁취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광장이 필요합니다. [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