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이 글은 3월 둘째주 목요일 베프레터에 실렸습니다.
지난 달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일반 형사절차로 처벌받지 않는 청소년(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지금의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 역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필벌과 엄벌은 다르다
물론 청소년 범죄의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인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합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입은 피해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은, 피해 회복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가해자를 반드시 벌하는 것(필벌)과 처벌 수준을 강하게 높여야 한다는 것(엄벌)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엄벌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가해자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한다는 보복의 관점이나, 강력한 처벌만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형벌이 무거워지는 것으로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유의미한 통계 결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법무부의 2018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처벌이 강화되었음에도 흉악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2008년 2만 4천여건에서 2017년 3만 6천여건으로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오히려 강력한 처벌에 대한 집착은, 범죄가 왜 발생하는지 그 사회구조적 맥락과 원인을 포착하고 대안을 내는 일을 소홀하게 만듭니다.
여성가족부는 대통령 입장에 반대해야
청소년 범죄는 일반 범죄에 더한 특수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청소년은 일반적으로 성인보다 변화 가능성이 더 크고, 그들의 범죄 원인도 비행 시점과 비교적 가까운 인생의 순간에 겪은 아동 학대 피해, 가족 보호의 결핍 등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년범 재판 판사로 널리 알려진 천종호 판사 역시 “왜 소년범이 거기까지 이르게 됐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현재 촉법소년으로 분류되는 이들도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봉사명령-보호관찰-소년원 수용 등의 처분을 받되, 비공개 재판-전과 기록 없음-소년원에서의 학교 교육 이수 등의 조치로 가해자가 변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일부 청소년들의 강력 범죄 사례가 보도되거나 드라마 등에서 다뤄졌다고 해서, 촉법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섣부른 일입니다.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청소년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자라나는 가정 또는 공동체가 경제적 불안정성으로 뒤틀려지지 않도록 사회가 뒷받침해야 하고, 학교 교육 역시 경쟁과 비교를 일삼는 공간에서 성장과 우애의 장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청소년 범죄의 뿌리를 제거하려는 노력에 강조점을 두어야 합니다. 성평등가족부는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계기로 3월 6일 ‘형사미성년자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성평등가족부가 진정으로 여성주의적 관점을 실현하려는 기구라면,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백지화 되도록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내야 할 것입니다.[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