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저럴까

중국 자본주의의 부상

이런 상황은 중국이 자본주의 핵심 국가로 떠오르는 과정과 맞물렸습니다. 중국은 단일한 정치세력(공산당)이 국가기구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그 국가기구가 자본을 통제하는 나라입니다. 시장경제를 도입해 이윤 논리에 따라 수많은 기업들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서구 자본주의와 큰 공통점이 있지만,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그 기업들을 강력히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국가 역시 중국 자본주의 전체의 이윤과 경쟁력을 위해 그런 통제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서구 자본주의 국가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지요. 마치 한국에서 박정희, 전두환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자본주의 시장 경제라는 무대 위에서 기업들이 배우로 움직이지만 국가는 연출자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장면마다 강하게 개입한다는 것이죠. 어찌 됐든, 강력한 국가의 리더십 하에 국제 자본주의 시장에 뛰어든 중국은 수십 년 만에 거대한 노동력 시장과 소비 시장을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자본 축적을 이루었습니다. 오늘날 중국은 미국에 유일하게 견줄 수 있는 경제적, 군사적 강국입니다. 미국이 세계 GDP의  25%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면, 중국은 1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세계 무역 비중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10% 가량 차지하는데, 중국이 소폭 더 많은 무역 액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치는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서 핵심적 생산기지, 글로벌 공급망의 기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내세운 희토류는 반도체와 첨단 무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원료지만, 전 세계 생산량의 92%가 중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없이는 반도체도, AI도 없는 것입니다. 애플의 아이폰을 포함한 수많은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세계로 수출됩니다. 또, 중국은 아이폰의 미국 다음 가는 시장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제조업 분야의 생산과 소비 모두에서 중국을 뺀다면, 세계 시장 자체가 굴러갈 수 없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런 성장을 기반으로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만들고자 합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라는 경제 개발 계획을 세웠습니다. 중국이 선정한 핵심 산업 분야에는 반도체, 신소재, 공작기계와 로봇, 신에너지자동차, 바이오의료기기, 우주설비, AI, 양자컴퓨터 등이 포함됩니다. 미국이 자신들의 중요한 먹거리로 삼는 초대형 기술 산업들, 즉, 전기차, IT, 첨단기기 등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또, 중국은 2020년 미국 정부에 돈을 가장 많이 꿔 준 나라 2위였습니다(채권 보유국 1위는 일본). 중국은 자신들이 가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방예산도 계속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309조원을 국방비로 사용했는데, 이는 미국이 군사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과 대조됩니다. 여전히 세계 군사력 1위는 미국이지만, 중국의 군사비 증가 속도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훨씬 초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국방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에 맞서는 지정학적 블록을 만들고자 합니다. 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를 만든다는 ‘일대일로’ 정책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를 묶고, 이제 남아메리카에도 진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21세기 미국 지배계급의 핵심 과제; 중국에 대응하기

일찍이 레닌은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핵심 특징이 바로 자본주의 열강들 사이의 군사적 경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강대국 사이의 경제적 경쟁이 결국 정치적 대립과 군사적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세계 1,2차 대전이라는 인류 역사의 크나큰 재앙이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은 국제 자본주의 시장에서 패권적 지위를 확립하였지만 지금은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바로 중국 자본주의고요. 실제로 두 열강은 지정학적으로도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도 그렇고, 특히 한반도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등을 명분 삼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한국과 일본까지 동원한 군사훈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견제는 트럼프 고유의 것이 아니라, 민주당 행정부 때에도 마찬가지로 존재해왔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대외전략의 핵심을 아시아로 이동시킨다며 ‘피봇’ 전략을 천명했고, 바이든도 이를 계승해 ‘피봇 2.0’을 천명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도 2024년 180억 달러의 수입물품을 대상으로 중국에 관세 폭탄을 때린 바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을 틀어막고,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 지배계급 전부의 목표이자 합의인 것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한다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서의 지위를 곧 잃어버리게 될 수 있을테니까요.

트럼프주의의 고유성 

민주당과 트럼프의 차이는 바로 이러한 공통의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적 차이에 있을 뿐입니다. 민주당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 의존성을 좀 더 고려해야 하고, 과거 미국이 써왔던 전략대로 ‘큰 형님’으로서 유럽과의 전통적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런 방식이 너무 미온적이라고 봅니다. 그는 중국은 물론, 유럽이든 일본이든 미국의 ‘희생’에 무임승차하는 경쟁자들에게 어떤 양보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민주당 정부의 무능에 환멸을 느끼면서 ‘급진적’ 사회 변화를 원하는 대중의 지지를 결집시켰습니다. 

예컨대, 트럼프는 동맹들에게 안보 비용의 분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관세를 무기로 나토 회원국들이 GDP 대비 2%의 국방비를 지출하라고 압박한 것입니다. 또, 트럼프는 지난 세기에 미국 자본주의가 관대하게 허용해왔던 동맹국들의 경제적 성장을 더는 순순히 허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관세 전쟁은, 미국도 똑같은 플레이어로서 다른 나라 자본가들과 경쟁하겠다는 적극적 의사표현입니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의 쇠퇴한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켜 유럽, 일본 등과 경쟁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심지어 애플처럼 해외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 자본에게 다시 국내로 돌아와 공장을 지어 생산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렇게해야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가 늘어나고, 서민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트럼프주의의 특징들은 분명 앞서 본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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