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지난 11월 6일,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철거 작업 중 붕괴사고가 일어났습니다. 7명의 노동자가 매몰되었고, 11월 12일 현재 벌써 5명의 사망이 확인되었습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사고)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 사건부터가 정부가 사실상 사용자나 다름없는 공기업 발전소에서 일어났습니다. 산업재해는 왜 이렇게 끊임없이 일어날까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글은 지난 2025. 11. 8. 노동자대회 사전에 진행한 <이달의 포럼> “자본의 그늘,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의 발제와 토론을 정리한 것입니다. 발제자는 산업재해의 근본원인이 결국 자본주의의 이윤논리에 의해 생겨난 것들이고, 여기에 도전하는 아래로부터의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산업재해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을까?
우리는 너무도 많은 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서부발전 발전소에서, 구의역에서, 어느 이름 모를 현장들에서 각자의 소중한 삶과 미래를 품었던 사람들이 먼 길을 떠났고 그들의 이름을 적은 명단은 한눈에 담기 벅찰 정도로 길고 두껍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동자 10만 명 당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네번째로 많을 정도로 치명적인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러한 불명예는 정부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산업재해와 그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2011년에는 연 1,129명의 사망자가 나왔으나, 2025년에는 2분기까지의 시점에 약 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통계의 함정이 있습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나, 이 통계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제외된데다가 재해조사의 대상이 된 사망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입니다. 또, 사고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업종인 건설업이 최근 몇 년 간 불황으로 공사 자체가 적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게다가 통계의 숫자에 근거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1년에 적어도 수백 명의 노동자를 일터에서 떠나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잖아?
그래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입법했습니다. 2022년부터 시행된 이 법은 시행 3년차를 맞아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렇게 좋은 소리는 들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감소 효과는 미미하고, 책임자 처벌 역시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전체 1200여건의 사건 중 900여건이 아직도 수사중에 있을 정도로 수사기관의 늑장이 법 취지 실현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다고 해도, 이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자본은 여전히 법을 지킬 생각이 없고, 검찰을 비롯한 국가는 여전히 자본의 눈치를 보며, 법원도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생각하고 해결하려 하는 태도의 맹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본주의 구조 내의 통치규율인 법 규정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노동 – 자본 – 국가 사이의 세력관계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법을 무력화하고 문제를 방치하려는 힘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법의 테두리를 떠나 산업재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사고 현장이 합법/불법이었나를 떠나 실제 사고의 사회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어떤 대책이 효과적일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원인은?
그럼 실제 사고들에서 나타나는 사고의 원인들은 무엇일까요? 사고의 원인은 1) 표면적 원인 2) 근본적 원인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표면적 원인은 개별 사고를 있게한 구체적 사정을 말합니다. 날카로운 중량물을 천으로 만든 줄로 옮기려 했다거나, 고정 크레인 없이 중량물에 용접을 하는 등의 사정입니다. 표면적 원인만으로 사고를 분석한다면 모든 사고를 개별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사망자를 포함한 주변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2) 근본적 원인은 개별 사고가 아닌 사고들의 맥락을 통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를 바라봅니다. 표면적 원인의 구체적 내용을 만든 동력을 파악하고 이것이 재생산되는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 근본적 원인의 분석방법입니다. 근본적 원인으로 사고를 분석한다면 개별 사고가 아닌 사고 전반의 공통적인 원인을 알아낼 수 있고 사고를 책임자의 색출이 아니라 원인 근절의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되지요.
여러 중대재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근본적 원인은 총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➀ 무시된 안전수칙 ➁ 위험의 외주화 ➂ 짧은 공정기간입니다.

근본적 원인 ➀ 무시된 안전수칙
대부분의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반드시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최소한의 안전기준인 표준작업지도서 및 유해위험성 평가서에 작업시 와이어(금속제)를 사용하라고 되어 있었으나, 더 저렴하고 관리가 쉬운 슬링벨트(섬유재질)를 사용하여 중량물을 크레인으로 옮기다가 슬링벨트가 끊어지는 바람에 중량물이 추락하여 사고가 발생한 케이스가 대표적입니다. 무시된 안전수칙은 자본의 입장에서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절차를 간소화 하면서 단위시간당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안전관리를 위한 업무와 비용을 간소화 할 수 있기에 여러 사건들의 근본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근본적 원인 ➁ 위험의 외주화
다단계 도급 및 불법파견 등 원/하청 구조가 많아지자 특히 하청 노동자들에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자본이 오로지 인건비 및 조직관리비용 절감을 위하여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특정 업무를 외주화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1) 외주화는 사업장 내에 소속이 다른 작업자들이 혼재되어 근무하게 되지만 서로 소통이 어려워 위험 발생시 원활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2) 작업에 필요한 장비 등을 협조받기 위해서는 원청의 지휘가 필요해지는 등 작업의 절차가 복잡해지며, 3) 복잡해진 절차로 인해 시간이 지연되나, 공정기간은 변동이 없어 촉박해진 하청업체가 안전조치 없이 작업을 강행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합니다. 중장비 운용이 외주화되어 하청업체의 중장비 섭외 절차가 복잡해지자 필수적인 중장비 없이 작업을 강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자본의 입장에서 인건비를 절감하여 착취율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고 하청의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알맞으며, 사고시 법률상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기에 확산되는 중이고 여러 사건들의 근본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근본적 원인 ➂ 짧은 공정기간
짧은 공정기간이 근본적 원인이 된 사고도 많았습니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는 단위시간 당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쟁체제에서는 개별 기업들이 비교우위를 가지기 위해 빠른 생산을 추구하기도 하죠. 특히 하청업체는 원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촉박하게 주어진 공정기간에 맞추어 생산을 해야 합니다. 짧은 공정기간이 주어진 하청업체가 필수적인 안전조치 및 장비를 구비하지 않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짧은 공정기간으로 인한 사고가 몇 건 발생해도 이로 인해 얻게되는 이윤이 더 크므로 사고를 단순히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근본적 원인을 재생산 하는 구조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근본적 원인들을 지속해서 나타나게 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을까요? 근본적 원인들을 재생산하는 구조는 바로 자본주의 체제입니다. 모든 근본적 원인들은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반복해 나타나게 됩니다. 이윤추구에 제동을 걸지 않는 한, 각 현장의 안전수칙은 무시될 수밖에 없고 외주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며 최대한 짧은 공정기간을 두어 단위생산량을 늘리려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을 떠나보내야만 하겠죠. 자본주의의 작동방식을 거스를 수 있어야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 이재명 정부는 산업재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우리가 분석한 근본적 원인에 대한 대응보다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어떻게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더 집중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공공입찰 참여 제한, 영업정지 등 경제적인 제제와 강한 처벌을 동시에 해 “안전을 포기해 아낀 비용보다 사고 발생시 지출하는 대가가 더 크게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엄벌로 중대재해의 구조적 원인의 재생산을 막을 수 있을까요? 산업재해에 대하여 정부가 강력한 처벌을 하게 된다면 자본은 이에 따른 비용과 이익을 비교해 이윤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방법을 강구하겠죠.
먼저, 어지간한 ‘엄벌’이 아니면 자본은 그것들을 모두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나 국회가 정말 이윤보다 비용이 더 클 정도로 기업들을 극심히 압박할 법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만일 이를 만들어도 실제로 적용하고 집행할 수 있을까요? 중대재해처벌법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먼저, 기업들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손실을 들어 국가를 압박하고 무력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설령 법이나 규정이 어찌저찌 정해진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법원이 최종적으로 기업 책임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억울하다고 버틸 겁니다. 하청업체나 남 탓을 하면서 자신들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허수아비 안전관리자를 세워 법적 책임을 전가할 수 있도록 만든다든가, 산업안전전문가를 고용하여 법에 걸릴만한 잘못만 형식적으로 피해가는 등으로 말입니다. 결국 기업의 이윤추구 자체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개별 기업들은 처벌로 인해 발생할 손해도 단순 비용으로 ‘계산’하게 될 것이고, 이익을 더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입니다. 정부의 엄벌 정책은 말 그대로 무시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해결책을 제안해야 할까요? 앞서 확인한 세 가지 근본적 원인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작업현장의 통제권을 노동자들이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강력하게 현장을 장악하고 있다면 개별 기업들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공정기간을 줄인다거나 안전수칙을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현장 작업자들의 작업중단권의 행사도 현실화해야 합니다. 현재도 법적으로 작업중단권의 행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노동자가 “함부로” 작업중단권을 사용하는 경우 형사고소 ⠂손배청구의 대상이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업의 반격은 입법의 미비에서 발생한다기보다는 사업장 내의 권력이 기업에게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현장의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충분히 강하다면 감히 기업이 반격을 할 생각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더하여, 현재 만연해 있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및 인력파견 구조를 철폐해야 합니다. 위험을 외주화하는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작업현장의 위험이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도 현장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투쟁이 중요합니다. 기업이 전문성 따위를 앞세워 ‘위험의 외주화’를 하려고 할 때, 가장 빨리 그 허울을 알아채고 파업 등을 통해 신속하게 기업의 결정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노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러한 해결책은 현장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조직 건설과 투쟁만이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현장 조직과 투쟁 건설, 가장 단순하지만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입니다. 그러나 이런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중시하는 활동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폭로를 멈추지 않으며,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항의행동과 연대를 건설하려 한다면 이는 결코 성취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일터에서 죽어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멋진 법률의 규정도, 강력한 처벌도 아닙니다. 단결된 노동자들의 투쟁이 죽음의 연쇄를 끊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절실한 도구입니다. 더 이상 이윤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이 없도록 우리는 지속해서 모이고 토론하고 조직하며 실천해야 합니다. [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