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 만에 코스피(한국종합주가지수)가 70% 넘게 치솟았습니다. 6개월 전에 산 10만 원 짜리 주식이 17만 원으로 올랐다는 뜻입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증권사 어플에서 손가락 몇 번 두들긴 것밖에 없는데, 갑자기 돈이 확 불어난 셈입니다. 은행에 10만 원을 맡기면 고작 3천원도 줄까 말까 하는 세상인데 말이 안 되는 수익률이죠. 이로 인해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직장인들과 청년들이 이 열기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금과 적금은 물론이고,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해 “막차라도 타자”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 익숙한 그림이 떠오릅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자 수많은 사람이 ‘영끌’로 수억 원의 은행 돈을 빌려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가계 대출이 미친 듯이 늘어나(2025년 2분기 가계대출 1,832조 6천 억 원)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이 극에 달하려 하자,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대출을 강력히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전역과 주요 경기지역에 강력한 거래 규제를 했고, 이제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절벽에 이르렀습니다. 거래가 막히자, 영끌 청년과 부부들은 이제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를 잃은 채, 은행에 막대한 이자 빚을 갚으며 버텨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들이 고생해서 번 돈, 그들의 피와 땀은 모두 은행의 수익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집이 없는 젊은 세대는 집값이 내려가야 집을 살 수 있지만, 이미 대출금 노예가 된 영끌 구매자들은 집값이 오르기만 바라며 ‘존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찐부자’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이미 돈을 벌대로 번 다음에 일어난 일입니다.
주택시장 대출 규제와 주가 상승이 맞물리며, 이제는 (이재명 정부의 또 다른 의도대로) 주식 시장이 재테크 탈출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집을 살 때보다야 대출 규모가 작을지 몰라도, 각 개인에게는 역시나 위험천만하게 큰 액수들이 대출되어 주식시장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가만큼 불안정한 것이 없습니다. 한국 경제의 앞날은 불안정성으로 가득하고, 거품은 기업 단위에서든 나라 단위에서든 언제고 터지기 마련입니다. 최근 관세 전쟁과 연방 정부 셧다운 등에서 보듯이, 심지어 미국 채권과 주식도 언제나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데 성공할 소수의 영악한 사람들과 덩치 큰 기관, 기업들을 제외하면, 개미들은 또다시 피를 볼 것입니다. 그때, 이 사회의 힘 있는 사람들은 그 피해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까요?
주식은 자본주의의 환상을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 기업의 주인이 자본가가 아니라 주주들이라는 착각, 노동자이면서도 나와 주변 사람들이 파업하지 않는 것이 (주가 상승과)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오판, 자본주의 경제가 잘 돌아가면 나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이 모든 것들이 달아오르는 주식시장에 녹아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벼락부자라는 헛된 꿈과, 자본주의에서 나의 노동만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다는 좌절감, 이 두 가지의 경계가 청년 세대 사이에서 점점 더 흐릿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단지 주식시장의 불황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산시장이 아닌 모두의 삶을 위한 더 나은 출구가 있다는 것을 우리 운동이 보여주려 계속 애쓸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간절한 것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갖는 유용성을 대중에게 입증할 의지입니다.[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