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T는 한국 인구 5천만 명의 거의 절반(2천 3백만 명)이 사용하는 초거대 통신사다. 그런데 그런 회사의 서버가 해킹으로 뚫려버렸고, SKT 이용자가 사용하는 유심(usim)의 핵심 데이터들이 외부로 유출됐다. 유심에는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위한 개인 정보가 저장된다. 이 정보를 탈취하면,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동일하게 사용하는 복제폰을 만들 수 있다. 범죄자가 금융거래 등에서 나를 사칭하고 본인인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닌 밤 중에 홍두깨가 아닐 수 없다. SKT는 사기업이지만, 이 사회의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국민 거의 절반에게 공급하는 대가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이들이 2024년 얻은 영업이익만 무려 1조 8,234억 원이다.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매개로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놓고, 이런 사고를 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유심칩 교체가 현재 SKT가 내세운 가장 확실한 대책이지만, 그조차도 유심칩 물량이 부족해 가입자가 직접 재고가 있는 대리점을 찾아 헤매하거나 ‘예약 대기’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노약자와 장애인 등 대리점을 오가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송 서비스 등조차 SKT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피해 이용객들은 헛걸음을 하고, 마음만 졸이고 있다.
SKT는 범죄 발생 시 “100% 피해 보상”을 약속했지만, 그조차도 자신들이 제공하는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에 한정되는 얘기다. ‘유심 보호 서비스’는 복제폰이 휴대전화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게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가입하는지 모르는 SKT 이용자들도 여전히 부지기수다. 특히, 전자기기 등에 익숙치 않고 관련 소식에 어두운 중장년 세대는 현재 SKT에서의 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났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다.
SKT 자신부터가 사고 사실을 널리 알릴 의지가 없었다. 이들은 18일 밤에 해킹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서도, 24시간 내에 신고의무가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20일에서야 늦장신고를 했을 뿐더러, KISA의 피해지원서비스·후속조치를 거부하며 해킹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최대한 지연하고자 했다. 고객을 상대로 한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정작 사건이 터졌다는 공지는 22일이 되어서야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사고가 났으면 피해 방지를 위해 빠르게 모든 가입자에게 해킹 사고 사실을 문자로 알려야 할텐데도, 겨우 홈페이지 공지만 했다. 가입자 숫자가 너무 많아 한 번에 문자를 보내기 어렵다고 했지만, 광고 문자는 항상 보내는 통신사가 이런 핑계를 댄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전혀 없다.

더구나 이들이 제시하는 대책도 계속 여론 눈치를 보며 바뀌고 있다. 유심 무료 교체도 사고 후 열흘이나 지나서야 시작됐고, 유심의 일종인 이심(ESIM)은 교체 대상에 포함하지 않다가 뒤늦게 이를 추가했다. SKT 회선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들에 대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 않다가, 25일에 비로소 알뜰폰 이용자 유심도 모두 교체해주겠다고 입장을 냈다. 진심으로 책임을 지려는 것이 아니라 간이나 보면서 이용자를 농락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 상황을 적당히 SKT 손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가입자들이 입은 피해를 기업이 100% 조건 없이 책임지게 강제해야 하고, 범죄 예방 조치도 똑바로 하는지 감독해야 한다. 이번 해킹 사고를 막기 위해 그동안 미리미리 최선을 다해왔는지, 이 사고를 신속하게 가입자 전체에게 알리지 않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현재까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도 없고, 처벌 받은 관계자도 아무도 없다. 불합리하고 부정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SKT는 지난 달 유튜브에 올린 광고에서도 자신들이 확보한 “통신 고객 접점과 방대한 데이터가 새로운 ai 생활의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홍보했다. 우리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보다 어떻게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지가 더 관심사인 기업은 통신업 같은 공공 서비스를 맡을 자격이 없다. 이는 SKT 뿐 아니라, 어떤 기업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개인정보는 나의 신원을 증명하는 필수적 수단이며, 내 생활의 모든 사적인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 개인 정보는 상품이 아니라, 가장 단단히 보호되어야 할 나의 인권이다. 돈 벌때만 ‘고객’ 운운할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났으면 응당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제대로 책임 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이런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 뻔하다. [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