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진보 편향이라고요?
뉴스타파에서 정리한 탄핵 심판 전 임명 6인 재판관 이념 성향 분류


국민의 힘이 하다하다 헌법재판소까지 “빨간칠”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국회도 언론도 모두 ‘빨갱이’가 장악했다는 윤석열식 극우 논리가 이제 헌법재판소까지 확장된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존칭 생략)은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사적 친분이 있고, 이미선 재판관은 동생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요 회원, 정계선 재판관은 남편이 윤석열 탄핵소추대리인단 소속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 출신이라고 ‘편향성’을 문제삼았다. 한 국힘 국회의원은 문형배 재판관의 15년 전 블로그 글까지 ‘끌올’해서 그가 유엔 참전용사를 모독했다고 우겼다. 이런 식으로라면, 헌법재판관 7명이 윤석열과 같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사실도 문제 삼아야 할 판이다. 

편향성 끝판왕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내란공범들

무엇보다 지금 시국에서 편향성이나 공정성으로 보자면, 국회가 추천한 새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내란특검법도 거부하는 최상목 권한대행이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블랙코미디 그 자체다.  “윤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깊은 친분 관계에 있”다고 스스로 말하고 다니는 ‘고향 친구’ 권성동이 여당 원내대표 자리에 앉아 연일 윤석열을 감싸고 돌고 있는 것은 또 어떤가. 심지어 그는 최근 문형배 재판관이 이재명 대표 모친상에 조문한 ‘찐친’이라는 ‘썰’을 퍼트렸다가 주워담기도 했다.

한편, 국힘은 헌법재판관 중 3명이 과거 사법연수원 내 존재한 진보 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었다는 주장도 편다. 과거 권성동의 강원랜드 채용 청탁 사건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그 이상으로 황당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무슨 대단한 진보 성향 기관이나 되는 것처럼 묘사하는 그들의 태도다.

헌법재판소가 ‘진보’라고? 

사실 2020년대만 보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사상과 정치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국가보안법 합헌(2023),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막아 사실상 강제노동을 허용하는 고용허가제 합헌(2021),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집회 사전신고제 합헌(2021),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과 단체행동 권한을 박탈하는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합헌(2024), 동성 군인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합헌(2023),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녹화 증거능력을 인정한 성폭력 범죄 처벌 특별법 위헌(2021) 등 중요한 이슈에서 보수적 판단을 반복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결정(2019)을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조차 2012년 합헌 결정을 내린 뒤 7년이나 지나 번복한 것이다(그리고 바로 이 합헌 결정 3개월 뒤, 18살 여성이 ‘불법’ 임신중단 수술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또,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을 한 재판관들은 바로 두어 해 전 국정원이 터무니없이 부풀린 사건을 진실로 전제해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장본인들이기도 했다.

헌재는 탄핵 인용 자판기가 아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보수성은 재판관을 임명하는 권한 자체가 본질적으로 보수적이거나 민의에서 동떨어진 기성 권력 기구들에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대통령 3명, 국회에서 여야가 선출한 3명, 대법원장 3명). 임명권자들은 자신들이 소위 진보 성향일 때조차 반대파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공정한 인사’를 해야한다는 압력에 굴복한다. 지금의 재판관 구성도 마찬가지다. 탄핵 심판 시작 전 재판관 6명 중 4명은 (중도)보수, 2명은 진보라고 평가되어 왔는데, 여기에 새로 임명된 2명이 더해져 이제 5:3 구도가 됐다. 탄핵 심판을 주관하는 정형식 재판관은 윤석열이 임명한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이제 알아서 잘 해주지 않을까’ 하는 낙관은 윤석열 파면과 처벌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느냐 여부 뿐 아니라, 그 결정이 빠르게 나오는 것, 그리고 윤석열의 만행 하나하나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 판단이 이뤄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국힘과 극우는 이와 정반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탄핵 심판에 대한 사실상의 불복까지 암시하면서 재판관들을 동요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우리가 이에 맞서는 행동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공수처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행보를 보일지도 모른다. [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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