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는 점거 투쟁 학생들에게 손해배상청구할 자격 없다


동덕여대의 비민주적 학사행정이 학생들의 저항에 가로막혔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밀실에서 공학 전환을 도모하던 학교 당국에 맞서 11월 11일부터 건물 점거에 나서왔다. 동덕여대 당국은 교수들과 동문회까지 동원해가며 학생들을 비난해왔지만, 결국 전면 점거 11일만인 21일에 공학 전환 포기를 선언했다. 수능이 지나고 입시철이 다가오면서 학교로서도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이 못 견디게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항복 선언’ 이후에도 동덕여대 당국은 학생들을 향해 “학내 정상화를 위하여 폭력사태, 교육권 침해, 시설 훼손 및 불법 점거에 대해 법률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을 단호히 실행”하겠다고 협박했다. 점거로 인한 손해액이 54억에 이를 것이라는 추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은 “과도한 폭력”, “책임져야 할 주동자들의 법적 책임” 등의 말로 학교를 편들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이우영은 “이 대학 출신들은 걸러내고 싶다”며 공공연한 채용차별을 선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태는, 최현아 총학생회장의 말처럼 학교 측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공학 전환 논의가 학교 혁신추진단에서 논의된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하다는 변명은, 모든 대학들이 그간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상투적으로 내세워온 거짓말의 재탕일 뿐이다. 밀실에서 논의된 내용이 갑자기 정책으로 둔갑해서 하달되는 패턴을 학생들이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것 역시 무능한 순진함이다. 책임을 이야기하려면, 이렇게 비민주적 으로 은근슬쩍 일을 추진하려 한 학교당국 주요 관계자들부터 먼저 모두 사퇴해야 할 것이다. 또, 동덕여대가 스스로 교육기관을 자임한다면 수사기관이나 할 법한 증거 확보, 범인 색출에 나설 것이 아니라 자기 잘못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형사고소니 손해배상소송이니 징계니 하는 행위는, 이번 점거에 참여한 학생들을 학업과 취업 준비에 복귀하기 어렵게 하고 불안한 일상을 살게 할 것이다. 이미 학교의 위협에 책임 범위를 놓고 일부 학생들이 서로 불화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무슨 ‘정상화’란 말인가.

한편, 학교 바깥에서 보수 세력이 동덕여대 당국을 지원하는 이유는 향후 이어질 대학 구조조정에 동덕여대 사례가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학전환 이슈는 앞으로 여성들에게만 입학이 허용된 대학들에서 공통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즉, 동덕여대 투쟁의 승리는 이후 숙명여대, 덕성여대 등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법률가 출신인 한동훈이 의도적으로 “폭력”과 “손괴”를 뒤섞어 학생들을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행위에는 사람에 대한 폭력이 전혀 없었다. 기껏해야 바닥과 벽면에 래커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보수 세력과 반페미니즘적 남성들은 동덕여대 사건을 대단한 폭력 시위처럼 몰아가면서,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 분위기를 다잡으려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얻을 교훈은 따로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거듭 확인됐듯이, 많은 여성들이 차별 철폐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강력하게 투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한국 여성들의 교육률은 여대들이 설립될 당시와 비교하면 훨씬 올라갔고, 많은 연구에서 여성들의 학업성취도는 남성들보다 높다고 조사된다. 그러나 이에 전혀 상응하지 않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사회 전반에서 끔찍한 성범죄와 일상적 성폭력 소식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교라는 울타리에 안전감과 일치감을 느껴왔을 여대 안의 학생들에게, 공학으로의 전환은 삶의 근간이 뒤바뀌는 문제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투쟁의 근본적 성격은, 여성들의 차별 철폐와 안전에 대한 열망이 대학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방식과 충돌해 격렬한 반발로 솟아올랐다는 것이다(여성의 안전에 대한 대안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한 토론거리이지만, 이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지가 이 투쟁을 지지할지 여부를 좌우할 이유는 없다). 앞으로도 이런 싸움은 다양한 모습으로 반복될 수 있고, 이런 비민주성에 맞선 투쟁은 다른 사회 영역에서의 투쟁들도 고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더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동덕여대 학생들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과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폭력성’에 대한 보수세력의 비난이 그랬던 것처럼, 동덕여대생들의 격렬한 반발감이 표현된 방식(건물 봉쇄, 도로와 벽에 낙서하기, 기물 훼손 등)에 주목하는 것은 부당하고 부적절하다. 학교 측이 끝까지 학생들을 탄압하려고 한다면,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 내 비민주적 학사행정에 맞서 승리하고도 사회적으로 고립되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가장 시급히 “복구”되어야 하는 것은 동덕여대의 민주주의와 학생들의 일상이다. 동덕여대 당국은 스스로 학교 환경을 개선할 재정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원형과 달라진 시설물 일부를 현 상태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고려해보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스스로의 과오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일상에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진정한 “기념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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