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말] 1월 3일 민주노총이 주관한 한남동 관저 앞 철야농성 집회에 맞춰 제작한 리플릿 글의 원문이다.
1월 3일, 공수처와 경찰은 겨우 5시간 만에 한남동 관저에서 빈손으로 물러났다. 남태령에서 28시간 동안 농민과 시민들을 가로막는 차 벽을 치고,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농성을 13시간이나 가로막았던 것은 대체 누구였나. 2015년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직사해 사망하게 만들고, 2009년 여름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을, 그 해 1월에는 용산 철거민들을 피흘리게 만든 공권력은 왜 지금 갑자기 한없이 무력한가.
노동자 파업이 국민 경제에 해악을 끼친다고 난리를 피우던 윤석열씨는 지금 경제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계엄보다 체포영장을 불법으로 만드는 데 더 안간힘을 쓰는 국민의 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이제까지 모든 집회와 시위에 ‘시민 불편’, ‘불법’, ‘경제 위기 초래’ 같은 온갖 비난을 퍼붓던 사람들의 진짜 속내가 계엄 실패 이후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씨, 국민의힘, 공권력 모두에게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계엄은 합법인가? 영장을 실력으로 저지하는 것은 합법인가? 당신들은 법 따위 앞장 서서 안 지키면서 왜 우리에게는 지키라고 하는가. 내로남불 법률타령, 이제 우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당신들이 윤석열씨를 체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서서 직접 체포하지 않을 수 없다.
계엄날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이 나라의 시스템이, 우리가 믿었던 민주주의와 상식이 얼마나 이 나라 힘있는 자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지 목격했다. 우리가 나서서 싸우지 않으면, 이 시스템에 채찍질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일상을 지킬 수도 없다. 더 많은 집회, 더 강력한 투쟁이 정말로 필요한 것이다.
한남동 관저 저 높은 곳 따뜻한 방구석, 그 곳은 국가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다. 국가는 바로 지금 무안에서 피해자 유족 곁을 지키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국가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국가는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 화물연대 노동자들, 한국옵티컬 여성 해고자들 옆에 서야했다. 국가는 성폭력과 차별에 매순간 맞부딪히는 여성들의 안전을 지키고, 여성들을 위협하는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했다.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고, 소수자들의 인권을 지켜야 했다.
그런 국가를 만들기 위해, 한남동 관저에 또아리 튼 저 낡고 부패한 국가를 역사의 저 편으로 보내야만 한다. 특권층 편에만 서온 구태의 실패한 독재자를 광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심판을 받는 그 날까지 우리는 싸울 것이다.[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