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군을 선제 공격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와 서방 국가들에 적극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북한군 파병을 기정사실로 다루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도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전투병을 파병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파병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우크라이나가 북한 파병을 주장한 초기만 해도 미국 자신부터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미국과 한국,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북한 모두가 진실을 가리거나 드러내거나 과장 또는 축소할 이해관계가 있다. 언론에 제시되는 증거들과 정부의 입장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사실이 많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동영상은 음질과 화질이 모두 떨어지는 것이라서 ‘북한군’으로 등장한 인원들이 사실 러시아 내 소수민족이거나 러시아가 아닌 완전히 다른 지역의 영상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줄지어 모자 등 군수물자를 수령하는 영상의 보조근거로 제시된 수령문서에는 러시아를 ‘러시아’로 표기하고 있는데 북한은 일관되게 ‘로씨야’라고 부르고 있으므로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인공기 노획 사진은 조작이 너무나 쉬운 증거품이라 북한군의 전선 투입을 확증하지 않는다.
그러나 파병이 어느 규모로든 어느 지역으로든 이미 이루어졌거나 앞으로 이루어질 실질적 가능성은 분명 있다. 북한은 ICBM 기술을 거듭하여 고도화하며 이를 선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이것이 러시아 기술 이전 없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ICBM 기술에 대한 북한이 제공할 반대 급부가 고작 재고로 쌓여있는 다량의 낡은 폭탄에 불과할까? 러시아로부터 받을 것은 많은데 줄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북한이 파병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고 할 수 있다. 이는 군사적 원조인 동시에 러시아의 완전한 고립을 외교적으로 면하게 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북러간 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할 명분도 있다. 즉 전황에 따라 소규모 파병이나 무기체계 운용을 위한 인력 파견 등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북한군 파병의 정확한 진실이 무엇이냐보다 현재 북한이 전투병을 파병했다는 “주장”(이하에서는 편의상 “파병설”로 부르겠다)이 현재 상황에서 갖는 의미와 효과가 더 중요해 보인다. 파병설의 추이를 살펴보자면, 우크라이나 측에서 북한군 파병설을 먼저 제기했고, 한국 국정원이 확인한 뒤 총 1만 2천 명의 대규모라고 밝혔으며, 나토에서는 북한군의 전선 진입을 확인하였으나 규모는 훨씬 작게 추산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상태다.
현 시점에서 파병설 자체는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부가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극 과장하고 퍼뜨렸을 공산이 크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 지역에서 대규모 전역을 시도했으나 불리한 전황을 뒤집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타국을 전쟁에 끌어들인다는 점을 선전하여 나토에 가입하거나 최소한 나토로부터 더 많은 군사적 지원을 끌어내는 데에 필사적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 정부대로 북한이 러시아에서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군사기술이 자국을 위협한다는 논리를 전개하며,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는 데에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더욱이 한국에서 남북관계의 경색은 냉전논리를 동원하여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하는 데에 언제나 효과적인 구실로 사용된다. 최근 들어서는 <자주시보>, 한국진보연대 등 좌파적 민족주의 사회 단체들을 향해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었다. 이 참에 윤석열 정부는 자신이 내세우는 ‘가치 동맹’을 내세워 우크라이나에 군수지원을 검토하는 데에까지 이르렀고, 이런 분위기 속에 우크라이나로 ‘파병’된 북한군을 무너뜨려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국가안보실장의 호전적 계획이 폭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정한 주체들인 미국 등 서방국가와 러시아가 전쟁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전보다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본디 우크라이나를 두들기며 나토의 동진을 저지하고 자신의 세력권을 확장하려 했으며, 이제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한 상태로 유리한 조건에서 미국과 직접 협상하려 한다. 특히나 미국 대선 결과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우크라이나 즉각 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그답게 러시아에 유리한 휴전을 맺을 공산도 크다. 그래서 이를 알고 있던 우크라이나도 지난 여름 쿠르스크에 진출하는 군사적 도박을 감행하여 최소한의 입지를 갖추려 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황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과도 결부되어 있다. 트럼프와 해리스의 공약 차이에서도 확인되듯이 미국의 지배계급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두 전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더 나아가 양쪽의 전선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분열되어 있다. 이스라엘이 확전을 시도하는 가운데 하마스 뒤의 헤즈볼라, 헤즈볼라 뒤의 이란, 이란 뒤의 러시아, 최종적으로는 중국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략그룹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갈등과 전쟁을 어디에서 끊어내야 하는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군 파병설은 이렇듯 섬뜩한 제국주의적 지정학 갈등의 연쇄작용 한복판에 놓여 있고, 그렇기 때문에 순식간에 전세계적 뉴스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적극적 대응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세계 전반의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긴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세계는 저들의 체스판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 갈등의 연쇄작용은 각 지역의 투쟁으로 자국 지배세력을 저지시키면서 멈출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것은 북한의 파병설을 빌미로 국내 위기를 벗어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하여 서방에 협력하기 위한 어떠한 군사적 지원도 저지시키는 것이 한국 반전평화 운동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북한의 ICBM 발사 행위 등을 균형있게 비판하는 것과, 미국과 한국 정부가 제기하는 북한의 파병설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심지어 정부의 대북 군사 대응을 용인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