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이스라엘의 호출기, 무전기 폭파 이후, 레바논이 사실상 전쟁에 돌입했다. 영국 활동가의 이 글은 최근 상황을 분석하며 영국 반전 운동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운동 상황과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현 상황과 과제를 개괄하는 데에 여러 유용한 논점을 담고 있다.
9월17일,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수천 대는 안 되더라도 최소 수백 대의 호출기를 폭파함으로써 다시금 야만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적게 잡아도 4천 명이 다쳤으며 수백 명이 중상을 입었다. 9세 어린이 파티마 자파 압둘라(Fatima Jaafar Abdullah)를 포함하여 최소 10명 이상이 살해됐다.
다음 날 이스라엘은 무전기 및 기타 기기들까지 추가 폭발시켰고, 사망자는 37명까지 늘어났으며 추가로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이 중에는 파티마 자파 압둘라의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압 갈란트(Yoav Gallant)는 ‘새로운 전쟁 국면’에 놓였다고 말했다.
역지사지, 누가 테러리스트인가?
이스라엘 국가가 이 공격을 어떻게 수행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최초 보도들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주문했던 호출기 생산에 관여해서 기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시온주의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제국주의자들은 이번 공격을 통쾌하게 반겼다. 대다수 자유주의자들이 이번 공격을 “혁신적이고 표적만을 노린”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스라엘, 미국, 영국에서는 소수만이 기기 소지자 전부를 겨냥한 이번 공격이 명백한 국제적 테러이자 전쟁범죄라고 인식했다.
헤즈볼라는 정당이고 레바논의 지배계급의 일부이며, 그에 따라 많은 시민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 사람들 중 적잖은 수가 호출기를 사용한다. 호출기를 비롯한 각종 기기들은 헤즈볼라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도 사용한다. 두어 달 전에 중고품으로 호출기를 구입한 사람들도 공격대상에 포함되었던 것이다. 반대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서 복무가 끝난 예비군과 공무원, 의료인, 시온주의 정당인들에게 조작된 기기를 배포하여 한 번에 폭발시켰다면, 이번 야만적인 공격을 찬양했던 이들은 분명 일제히 헤즈볼라를 규탄하면서 비타협적인 응징을 주장했을 것이다.
시온주의 테러의 목표
가자에서와 마찬가지로, “테러리스트”라는 개념은 식민지배 국가가 누군가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고 공포스러운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에 이용된다. 가자에서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테러리스트 범주에 속하므로,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인종청소에 나섰다. 레바논에서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헤즈볼라와 관련되어 있거나 적어도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테러리스트 범주에 들어간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사람들이 시온주의적 식민주의에 저항하려는 의지를 파괴하기 위해,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줄 대량학살을 모색해왔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이번 공격은 시온주의 테러라는 더 큰 맥락의 일부로서 보아야 한다. 하마스 지도자인 살레흐 알아루리(Saleh Al-Arouri)와 시민과 아이들을 한꺼번에 살해한 다히야(Dahiya) 포격, 시민들의 기본 생활을 위한 인프라와 숲의 파괴, 백린탄의 사용, 매일같이 남부 레바논으로 날아드는 드론, 베이루트를 강타하는 폭음, 언론 기자 살해,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자행되는 악선전, 대중에게 공포를 심어주려는 각종 공격 등이 그간 쉼없이 이어졌다. 이스라엘이 다히야 독트린을 발표한 곳이 레바논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 독트린을 통해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대량학살을 명백하게 군사전략으로서 채택했고, 무장한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비례성을 저버린 압도적인 무력사용을 통하여 도시구조 자체를 파괴할 것을 결의했다.
호출기 공격은 사브라(Sabra)와 샤틸라(Shatila) 학살 42주년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도 지적해야 하겠다. 두 사건은 1982년 레바논 내전 중 시온주의자와 연계된 파시스트 팔랑헤 당 전투원들이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레바논 시아파들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일이다. 시온주의 테러리즘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48년 나크바[대재난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스라엘 건국에 따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실향과 이산의 고통을 의미] 이전부터 활동하던 이르군(Irgun)과 하가나(Haganah) 전투부대의 사례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및 기타 제국주의 폭력들이 그러했듯, 시온주의 테러리즘 역시 정당화되어 왔다. 이를 위해 (국제)법과 국제정치, 문화 등에 스며든 자본주의와 식민주의, 제국주의 논리가 동원됐다. 이스라엘에 의한 확전과 더불어 미국은 해군력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는데, 최근 몇 달간 항공모함까지 포함된 함대가 지중해와 홍해에 배치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에 소속되어 국방 및 안보를 담당하는 인사들은, 점증하는 갈등에 관여하더라도 그 범위는 순전히 이스라엘을 위한 “방어적” 행동에 국한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중동 전쟁
하지만 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이스라엘 봉쇄를 무너뜨리려는 목적에서 수행한 “번영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에서도 알 수 있듯, 제국주의 세력에 의한 “방어적” 행동이란 결국 지금 현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잔혹한 공격과 학살을 수호하는 것에 불과했다. 바로 지난 주, 영국의 예멘 공습으로 두 살배기 어린이가 살해되었다. 지난 몇 달 간 수십 명이 살해되었으며 기초 인프라 시설도 숱하게 파괴되었다. 예멘 사람들은 시온주의 학살에 맞선 저항을 하였을 뿐이지만, “공격”을 저지른 이들로 간주되었고 미국, 영국이 이스라엘의 학살을 지지함에 따라 피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중동전쟁이 개시될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 자신이 이미 이스라엘이 7개의 전선, 즉, 가자, 레바논, 서안, 예멘, 이라크, 시리아, 이란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레바논에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이란과 시리아에서는 암살작전을 통해, 예멘에서는 주요 항만시설의 파괴를 통해, 이라크에서는 반복적인 폭격을 통해 이미 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가자 휴전과 인질협상에 대해서 이스라엘 정부와 사회 내부에는 날카로운 분열이 존재한다. 갈란트와 군부 및 정보부서 지도부는 정치적 이유로 협상이 진척되길 바란다. 인질 협상의 우선순위가 계속 뒤로 밀리는 것, “탈출구”가 없는 향후 계획, 학살에 대한 국제적 비난에 따른 내부 긴장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 한계 문제도 있는데, 아랍인들의 끊임없는 저항을 누르고 침략을 지속하기 위해 막대한 군비가 소요되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가자에서 계속 전투를 할 요량이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기반인 극우적 정착민 운동은, 이스라엘의 평범한 군인 대다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온주의 사상에 입각하여 현실 정치의 문제보다 학살의 지속 자체를 우선시한다. 그러므로 네타냐후가 이끄는 이스라엘 지도부는, 외부 세계의 파괴를 위한 계획으로서만이 아니라 내부 단결을 유지하고 내부분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전면적 지역 전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네타냐후의 새로운 전쟁 목적은 정착민들을 역사적 지역으로서의 팔레스타인 북부 지역에 재차 정착시키고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과 독일(독일의 경우 최근들어 이스라엘 무기 수출을 꽤 큰 규모로 조용히 줄여왔다)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진행중인 학살에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노동당 스타머(Starmer) 정부가 무기 운송에 대한 형편없는 규제를 더욱 강력하게 이행하도록, 그리고 네타냐후 체포 영장을 발부한 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 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에 이의 제기를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영국 정부는 여전히 예멘을 상대로 한 공세적인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지하는 인도주의적 봉쇄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다. 영국의 군사기지와 정찰기는 여전히 시온주의 학살을 지원하는 데에 쓰이고 있다. 우리는 이를 종식시키고 전면적인 무기 및 에너지 금수조치, 이스라엘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를 위해 싸우고 있다. 가자만이 아니라 중동 각 지역에 대한 완전한 파괴와 지역민 말살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이스라엘 국가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우리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업장과 거리에서의 행동을 끌어올려야 한다. [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