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고공농성] 임금삭감 반대 정당하다, 이주노동자 배척 요구는 재고해야


10월 2일 새벽, 건설노조의 간부 두 명이 국회 앞 70m 높이의 광고탑 위로 올라갔다.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일당 2만원의 임금 삭감안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했다. 일당 2만원을 연간으로 계산할 경우 약 5백만원 가량의 임금이 삭감된다. 노동자들의 권익이 지켜지길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투쟁을 지지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내국인 우선고용 보장하라”의 맥락

그러나 고공농성에 나선 동지들이 이주노동자 배제적인 요구를 함께 걸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 물론 이 동지들이 명시적으로 “이주노동자 퇴출”까지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내국인 우선고용”이라는 요구가 적힌 현수막은 이주노동자 배제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취업 기회를 제한하라는 요구는 명백하게 차별적이다.

현행법상 사용자는 이주노동자를 채용하기 전에 “내국인”을 구인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건설노동자들이 구직하는 데에 활용하는 “고용24” 사이트에서는 업계 평균보다 훨씬 낮은 임금으로 구인공고를 올리는 사업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두어 차례 구인에 ‘일부러’ 실패하면 자본은 저임금으로 일할 정주노동자가 없었다며 이주노동자를 고용한다. 이 과정에서 건설노동자들은 “내국인”의 고용기회가 사라진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 핵심

그러나 건설노조 집행부가 현장 건설노동자의 위와 같은 정서를 뒤쫓아서 “내국인 우선 고용” 요구를 내거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건설노조 집행부는 건설 관련 노동자들을 폭넓게 단결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는 건설업계에서 이미 주요 행위자로 자리매김한 이주노동자도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다른 간섭요인이 없을 경우 정주노동자보다 낮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설노조 집행부가 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좁게 조직사업을 벌여오고 이주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은 결과, 이주노동자는 여전히 정주노동자보다 낮은 임금으로 현장에서 일한다.

이번 경우처럼 건설노조 집행부가 이주노동자에게 배제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주로 분노하는 대상은 사측이다. 무엇보다 사측은 건폭몰이를 기회로 삼아서 임금삭감을 대대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을 향한 채용회피도 만연하다. 그 결과 조합원 중 70%가 실업 상태라는 충격적인 보고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현장에 들어가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향해 자본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 적대적 시선을 보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건설노조의 투쟁은 설령 이주노동자 배제적인 요구가 섞여 있다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정당하다. 임금삭감 반대와 현장갑질 근절, 건설부패 척결 등은 모두 하나같이 지지해야 하는 요구들이다. 그러나 건설노조의 투쟁이 더 효과적이려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건설노조의 관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정주노동자 수준으로 올리지 않는다면 자본은 끊임없이 이주노동자를 써서 이윤을 더 많이 남기려고 할 동기가 유지될 것이다.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려고 시도해야 하며(조합원이 되면 현재 정주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단체협약이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어 임금이 오른다), 이주노동자들을 한정된 일자리의 경쟁자가 아닌 함께 자본에 맞서 싸울 협력자로 보아야 한다.

이주노동자 조직화, 조합원 고용 증대 요구로 단결하자

특히 건설노조는 하나의 작업장에 기반을 두지 않고 일정 기간 존재하다 사라지는 건설현장별로 채용 교섭(“우리 조합원 0명 이상을 그 현장에 고용하라”)을 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주노동자가 함께하여 더 강력한 조직력으로 “조합원 고용 확대”를 요구한다면 “내국인 우선고용”과 같은 배제적 요구 없이도 양자가 모두 고용안정을 이루며 단결을 유지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증가하는 현실에서, 이들을 건설노조로 묶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건설노조 교섭력의 근간인 현장장악력에도 불가피하게 한계가 생길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을 향한 차별과 배제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이 공공연하게 노동자 일부에 대한 차별을 요구한다면, 노동조합이 가진 명분과 대외적 신뢰도 손상될 우려가 크다.

건설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단협이 적용되는 조직노동자 고용을 회피하는 사측이야말로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건설노동자들이 맞서 싸울 대상이다. 그러므로 건설 자본에 맞선 투쟁 역시 이주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을 단결시켜야 효과적이다. 그런 점에서 건설노조가 이주노동자 배제적인 요구를 거둬들이고 나아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여 대자본 투쟁에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럴 때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 모두의 고용이 확보될 기반도 비로소 마련될 것이다. [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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