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지난 6월 24일 화성의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 배터리 폭발 사고로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국 화학업계에서 발생한 사고 중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참사다.

안전, 생명보다 돈

이 참사의 원인은 분명하다. 안전, 생명보다 돈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산재 위험을 무시하고 안전비용을 절감함으로써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계급이 당연하게 선택하는 노동현장의 착취 방식이다.

그렇기에 위험에 대한 경고는 진작부터 여러 차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참사 세 달 전 화성소방서는 화재가 난 바로 그 건물을 ‘다수 인명피해 발생우려지역’으로 지목하고 아리셀에 안전교육을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참사 19일 전에도 아리셀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들에게 화재안전 컨설팅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노동자들에게는 결코 전해지지 않았다. 고용노동청도 지난해와 올해 2월 두 차례나 아리셀을 고위험사업장으로 선정했다. 참사 이틀 전에 발생한 화재를 포함해 총 4번이나 화재가 발생했지만, 아리셀은 이를 모두 무시했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건축 당시에는 위험물 적재 공간과 작업공간이 벽으로 분리돼 있다고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전혀 분리시키지 않았다. 심지어 배터리를 쌓아둔 곳은 비상계단으로 이어지는 출입구 바로 앞이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들은 출입구가 아니라 반대쪽의 밀폐된 구석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아리셀은 메이셀이라는 무면허 파견업체를 통해  파견이 금지되는 작업에 불법적으로 인력을 받아다 썼다. 위험한 일에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서 신경을 쓰느니,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외부 노동자들에게 떠넘겨버리고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었다(위험의 외주화). 실제로 일은 내가 시키더라도 소속은 남의 업체 사람이니 내가 안전교육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바로 아리셀뿐 아니라 공단지역 중소 제조업체들의 고질적인 ‘배째라’식 입장이다.

위험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일자리를 울며 겨자 먹기로 채운 이들은 돈이 급한 이주노동자들이었다(위험의 이주화). 이번 참사의 사망자 중 대다수인 18명이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이주노동자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는 2017년  6,300여 건에서 2022년 8,200여 건으로 5년 새 31%나 늘었다. 전체 산재 사고사망자 중 외국인 비율은 2010년 7%에서 2023년 10.4%가 됐다. 회사는 돈을 아끼기 위해 가장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험으로 내몬다.

재발방지와 진상규명?

7월 2일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대책위는 피해자 권리 보장 및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를 발표했다. 너무나 정당하고 필요한 요구다. 그러나 정부가 그렇게 하려고 할까? 경찰과 노동부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관계자 5명을 입건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현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강력한 처벌을 받은 사용자는 거의 없다.

2023년까지 2년간 발생한 중대재해 사건 510건 중 노동청과 검찰을 거쳐 현재 법원에서 재판결과가 나온 사건은 15건에 불과하고, 그 중 대표이사가 실형으로 감옥에 가게 된 것은 단 2건(2호, 15호 사건)뿐이다. 대다수 재판결과가 처벌 하한선(징역 1년) 수준인데다가 집행유예를 받아 실제로 감옥에 가지도 않았다. 회사에 대한 벌금도 상한선이 50억인 것에 무색하게 대부분 몇 천만 원 수준이다. 그런데도 경영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회사가 망하고 말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윤석열도 입만 열었다 하면 과도한 규제인 중대재해처벌법을 최대한 빨리 개정하겠다고 말한다.

▲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현황, 10호 사건까지

실제로 정부는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안전 규제를 완화해왔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는 2차전지 제조 공장에 “과도한 안전 기준이 적용돼 공장 건설이 지연되거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며 규제를 완화했다. 원래 화재 등을 막기 위한 구획벽을 두께 70㎜ 이상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해야 하지만, 이제 2차전지 제조공장에서는 구획벽 구조 규제가 사라졌다.

처벌 강화, 규제 강화, 예방 조치 강화는 모두 사장들의 주머니를 위협한다. 이윤이 최우선 목표인 자본주의 이윤 논리에 도전하지 않으면 재발방지는 불가능하다. 사장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이런 일을 하려고 할까?

진상규명 또한 사장들의 비용 지출로 이어진다. 결국 돈을 아끼기 위해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안전과 생명을 위해 돈을 쓰라는 요구가 커질 것이고, 그 영향은 비단 아리셀에만 미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아리셀은 군납업체이자, 삼성SDI의 협력사인 에스코넥이 지분 96%를 가지고 있는 자회사이다. 2020년까지 최근 10년간 육군에서만 95건의 리튬 배터리 폭발 사고가 있었던 것을 볼 때, 군납업체인 아리셀의 사고가 예방되지 않은 것에는 군대의 도의적-실질적 책임도 있다. 삼성 또한 이 사건이 굳이 커지는 것이 반갑지 않을 것이다. 핵심 지배계급 일부와도 연결되어 있는 회사의 사고인 만큼, 큰 압력이 없다면 진상규명은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이 문제에 공감하고 현실을 바꿔나가고자 하는 대중들의 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윤 추구가 우선인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현장에서 이런 참사는 얼마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윤 논리에 도전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내야 한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대중투쟁이 확대될 때, 비로소 노동현장을 돈보다 생명이 우선하는 곳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투쟁이야말로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방법이다. [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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