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두둔 독립기념관장? 윤석열은 반격 준비 중


윤석열이 광복절을 앞두고 친일파를 두둔하는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하는 초유의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독립기념관장 김형석은 독립운동을 연구하거나 관련 업무를 해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독립유공자 후손도 아니다. 오히려 취임하자마자 독립운동가들의 정반대 편의 삶을 선택한 친일파를 “재평가”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극우 성향이다. 이로써 윤석열 정권 아래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역사학계의 주요 직위는 모두 무자격자들로 채워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사 교과서를 엉망으로 만들려다 좌절을 맛본 허동현이 국사편찬위원장이 되었고,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적극 주장해 온 우익 역사가 김낙년이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며, 대표적 뉴라이트 역사학자 박지향이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다.

극우 역사가들과 그들을 후원하는 보수우익 정치인들은 역사 다시쓰기를 통해 세 가지 목표를 이루고 싶어한다. 첫째, 한국전쟁과 분단, 독재와 부패로 만신창이가 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구원하는 것이고, 둘째, 박정희와 전두환을 군사정부의 독재자에서 경제성장과 근대화를 이룬 지도자로 미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작업과 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바로 위 독재자들에 맞서 민주화를 추동하고 진정한 사회변화를 이룩한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폄훼하는 일이다. 언뜻 보면 이 모든 역사 비틀기는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한 용도로 보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민주당은 3․1.운동으로 시작되어 4․19항쟁, 광주민주화항쟁, 6월항쟁 등으로 유구하게 이어진 한국의 대중 운동을 계승한다고 자처한다. 극우는 민주당이 표방하는 정치적 정당성을 공격함으로써, 민주당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국의 대중 투쟁 전통 그 자체를 공격한다. 대중이 스스로의 삶을 위해 또는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서고 체제를 흔드는 것은 모두 불순하거나 무가치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윤석열은 역사왜곡을 통해 자신의 친미·친일 편향인 대외정책도 정당화하길 바란다. 실제 동북아시아 세력관계가 어떻든 윤석열의 머릿속에서는 한미일이 단결하여 북중러와 대립하는 것이 ‘국익’이자 철칙이다. 그러나 한국 대중이 가진 일제 식민지 역사에 대한 분노와 일본 우익에 대한 정당한 반감은 윤석열의 확신과 충돌한다. 당장 윤석열 정부는 일본이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을 빼버린 것에 동의해줬다는 강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극우 역사관을 강화해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낮춘다면, 친일 행보를 걷는 윤석열에 대한 반대 정서를 무마할 수 있다.

독립기념관장 뿐 아니라 최근 대통령의 다른 인사에서도 참사에 가까운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검찰 바깥의 지지 기반이 취약했던 윤석열이 총선 이후 주변을 ‘친위대’로 채워서 권력을 지키려 함에 따라, 우파들 중에서도 별 볼 일 없는 극우적 인물들이 윤석열의 통제에 잘 따를 것이라는 기대 하나로 자리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진숙이나 노동부장관으로 지명된 김문수 외에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총선 낙선자 정진석을, 채상병 사건의 핵심 의혹 대상인 임기훈 국방비서관을 국방대총장으로 임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의장은 새로 시킬 사람이 없어 임기가 끝난 류희운을 연임시켰다. 새 국가안보실장과 1차장, 2차장, 3차장은 전례를 깨고 모두 비외교관으로 채워졌다. 안보실장과 국방부장관의 잦은 교체와 대통령 측근에 대한 인사 ‘돌려막기’는 우파 언론에서도 화제다. <조선일보>조차 사설에서 대통령 인사를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석열의 낮은 지지율과 정치적 위기가 계속될수록, 이런 인사도 거듭 되풀이될 것이다. 워낙 인기가 떨어진 나머지 윤석열은 극단적 보수 성향의 ‘묻지마’ 지지층에 의존해야만 버틸 수 있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그렇지만 대중 운동을 통해 먼저 윤석열 정권을 확실히 무너트리지 못한다면, 윤석열은 곧 극우적 권력 기반을 동원해 자신의 생존을 위한 정치적 백래시에 나서기 시작할 것이다. 최근 국무총리 한덕수는 연금-노동-교육-의료개혁을 윤석열 정부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음을 밝힌 바 있다. 파업하면 손해배상 소송으로 패가망신시켜야 한다는 김문수가 노동부장관에 지명된 것도 시사적이다. 윤석열 집권 초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를 향한 대규모 탄압이 다른 형태로 반복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공격을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하여 언론, 군경 등에도 윤석열표 인사들이 배치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인사 참사’는 단지 통탄스러운 일탈이 아닌 윤석열 나름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노동조합, 사회운동 단체들이 시간을 더 지체하지말고 정부에 맞선 대중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를 바란다. [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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