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의 ‘먹튀(이익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행위)’ 논란과 이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쌍용자동차 매각을 비롯해 최근 몇 년 안에도 한국와이퍼, 한국산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등 많은 외투기업들의 갑작스러운 청산과 해고가 있었다. 지난 1월에는 2017년 홍콩계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에 인수된 락앤락이 어피너티에는 엄청난 배당을 하면서도 경영상 이유를 들어 안성공장 운영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해 문제가 됐다.
흥미로운 것은 락앤락 노동자들과 그들이 속한 노동조합(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다. 그동안에도 특히 기술 침탈 등이 문제되는 경우 ‘기업(자본)’보다 ‘외국’에 방점을 찍어 외투기업을 비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락앤락의 경우 그러한 방식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노동조합이 락앤락 문제와 관련한 국회 기자회견에서 들었던 현수막에 적혀 있던 문구는 “한국기업 락앤락을 유린하고 국익을 저해하는 Affinity Equity Partners에 철퇴를!”이었다. 노동조합은 “한국 기업과 노동자가 외국 자본으로부터 위기에 처한 한국 기업과 노동자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락앤락 경영진도 노동조합의 비판 대상이지만, 그들은 외국 투기자본의 ‘마름’으로서 비판받으며 ‘외국 투기자본이 국민들에게 사랑받던 국내 기업 락앤락을 망쳤다‘는 서술 속에서 한편으로는 피해자가 된다. 다른 여러 집회에서도 이러한 서술은 반복된다. 전선은 노동자와 자본 사이가 아니라, 한국(노동자, 자본, 정부)과 외국(자본) 사이에 더욱 선명하게 그어진다.
그러나 외국 투기자본이 국익을 저해하는 것이 사실일까? 한국 자본과 정부는 한국 노동자들이 외국 자본에 맞서 믿고 함께 싸울 ‘동지’일까? 같은 국적의 한국 노동자들과 자본, 정부는 같은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기업을 인수할 때 그들은 한국 기업을 아무런 대가 없이 ‘강탈’하는 것이 아니다. 락앤락의 창업주는 2017년 어피너티에 락앤락 지분 약 63%를 넘기면서 무려 6293억 원을 받았다. 락앤락의 ‘한국’ 노동자들의 고용이, 그리고 삶이 위태로워진 것에 비해 ‘한국’ 자본은 손해를 본 것이 없다.
한국 정부도 외국 투기자본을 규제할 이해관계가 없다. 외국 투기자본을 규제한다면 ― 특히 노동자들이 원하는 방식과 정도로 규제한다면 ―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조약 위반 여부가 문제될 것이고, 그 경우 반대로 한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며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의 이익은 곧 한국 정부의 이익으로 연결된다. 외투기업의 ‘먹튀’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탈 내지 부산물일 뿐, 통상적으로 외투기업을 규제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국익’이 훨씬 큰 것이다.
따라서 ‘외국 투기자본에 맞서 한국 기업을 지켜야 한다’거나 ‘외국 투기자본이 국익을 저해한다(따라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실제로는 노동자들과 같은 입장에 있지 않은 한국 기업과 정부를 같은 편으로 오해하게 하고, 동시에 국경을 넘어선 노동자들과의 연대는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외투기업의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든 정부든 이윤을 쫓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조차도 넘어서는 노동자들의 너른 연대를 통해서만 제대로 저항하고 해결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같은 국적’만을 근거로 실제 이해관계가 다른 정부나 기업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다른 많은 노동자들도 이윤만을 위해 희생되는 같은 구조 위에 있음을 알리고 연대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외투기업의 ‘먹튀’를 규제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것도 국회와 정부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연대로써 국가를 ‘강제’하는 것으로만 가능해질 것이다. [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