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수를 연도별 14세 미만 인구수로 나누어 추이를 정리한 그래프. 촉법소년 증가세는 가파르지 않았고 2020년에는 오히려 그 수치가 감소했습니다. ⓒ 뉴스포스트
* 이 글은 7월 3호 베프레터(7/17)에 실렸습니다.
처벌 연령 1살 낮추는 것으로는 “미약”?
정부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성평등가족부가 ‘특정 중대 범죄에 한해 연령기준을 1세 하향하자’는 안을 내자, “너무 미약하다”며 재논의를 지시했습니다. 더 어린 나이의 범법 청소년들도 성인들처럼 처벌하자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방향성은 지난 2월부터 분명했습니다. 그는 ‘두 달 안에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며 서둘렀고, 성평등가족부가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를 구성해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논의를 거친 성평등가족부가 연령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논의를 한 차례 정리하는 듯 했지만, 정부 내부 기류를 반영해 결국 ‘1세 하향’으로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 방향조차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반려당한 것입니다.
청소년 흉악범죄, 정말 급증하고 있나
촉법소년 처벌 강화 입장의 가장 큰 근거는 시민들의 불안감과 (잠재적) 피해자의 보호 등입니다. 촉법소년 검거 인원이 2020년과 지난 해를 비교해 120% 늘어났고, 증가 범죄 유형도 폭력(180% 증가), 강간-추행(98% 증가), 절도(97% 증가) 등으로 흉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늘어난 검거 인원에 대한 법원 처리 결과를 보면, 사안이 상대적으로 경미하여 심리불개시와 불처분 등이 내려진 비율도 절반 가까이 되고, 보호처분 등 처벌이 이루어진 범죄 유형도 주로 절도와 폭행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청소년 범죄가 과거보다 흉악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10~13세 소년 범죄는 장기적으로 보면 감소 또는 정체 추세에 있다는 반박 입장도 있습니다.
지난 베프레터의 관련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처벌 강화는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데 전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덴마크의 경우도, 2010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4살 미만으로 낮췄지만 재범률만 높아져 2년 만에 다시 15세 미만으로 원점회귀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처벌 연령을 낮춘 주에서 도리어 청소년 범죄율이 높아졌습니다. 결국 처벌 연령 하향 정책은 그저 당장의 불안한 민심을 달래는 보여주기식 조치일 뿐이고, 오히려 청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정책들로부터 사회가 멀어지게 만듭니다.
핵심을 가리기
실제로 이번에 성평등가족부가 위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시민참여단’에게 (1) 촉법소년이 현재 처벌을 면제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2) 촉법소년의 상당수가 가족 내 학대와 방임 등의 피해자라는 점 등을 판단을 위한 정보로 제공하자 그들의 여론은 초기 엄벌주의에서 다른 대책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런 논의 방향의 변화가 더 폭넓은 대중들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손쉬운 ‘엄벌주의’로 도리어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성평등가족부는 시민참여단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연령 기준 문제 외에 피해자 권리 보호, 보호처분 인프라 확충(소년원 과밀화 해소 등), 경찰 조사 기준 마련, (촉법소년) 가족에 대한 ‘가족치료명령’ 신설, 소년재판 전문인력 확충 등을 제시했는데, 이런 논의들은 모두 국무회의에서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이러한 직접적 대책들에서 한 발 더 나아가보면, 청소년 범죄의 근본 원인인 가족과 학교 등 돌봄 공동체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오늘날 심각한 사회 양극화 속에서, 적지 않은 노동계급 가족이 정서적으로 서로 지지하고 의지하는 관계로 남지 못합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가족의 친밀함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자유주의 생존 경쟁은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학생들을 원자화시키며 불안감과 열패감으로 학생들 사이를 뒤틀리게 만듭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 전체를 더 평등하게 바꿔 나가야만 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 된다”는 이재명 정부가 그리는 미래에,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강력한 정책이 우선순위에 있을 수 있을까요? 결국 핵심을 짚을 관점도 그것을 바꿀 의지도 없는 정부 입장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조정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문제를 편하게 ‘해결’할 지름길일지 모르겠습니다.[VF]
| *촉법소년 : 현행 제도에 따르면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들로서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형사절차에 따라 징역형 등을 내릴 수 없고, 대신 최대 2년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보호처분’을 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처벌을 받은 경우에도 전과 기록은 남지 않습니다. 한편, 만 10세 미만 범법자에게는 현재 어떤 형벌도 부과할 수 없고,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일반적인 형사 처벌을 내릴 수 있으나 형량은 최고 20년 징역형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