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지방선거 평가 : 취약한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와 좌파의 과제

광역비례득표수치로 보는 지방선거 성적표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특이하게도 여당과 야당 지도부가 당내에서 모두 공격받고 있습니다. 여당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야당은 전국적인 선거 패배가 발단이 되었습니다. 좌파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양대 보수정당은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실패가 맞다면 원인은 무엇이고, 이 결과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까요?

분석을 위해 주목한 것은 광역비례대표 선거의 득표 결과입니다. 광역비례 선거는 인물과 무관하게 정당에 대한 지지도만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대중의 정치 지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그래서 직전 선거였던 작년 대선과의 직접 비교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예컨대, 대선에서 이재명의 서울 득표와 서울시장 후보였던 정원오의 득표를 비교하는 것보다 광역비례로 표현된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의 서울 득표를 비교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정서 변화를 가늠하는 데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이번 지방선거 광역비례 득표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위 수치를 정당 성향별로 그룹화해 다시 셈해보겠습니다. 먼저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다음으로 여기서 민주당을 뺀 비민주당 범여권(3개 정당), 여기에 지난 대선과 이번 지선 모두 독자 출마했던 정의당까지 더한 범진보, 이상의 세 그룹의 표를 계산합니다. 그리고 보수 성향의 경우, 국민의힘과 자유와혁신을 더한 그룹(이들을 지지한 모든 유권자를 ‘극우’와 동일시할 수는 없으므로 ‘극우 묻은 보수’ 정도의 표현이 적절할 듯합니다)의 표, 그리고 여기에 개혁신당까지 더한 범보수의 표를 계산합니다.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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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데이터를 지난 대선에서의 수치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지난 대선 각 후보들은 이재명 49.42%(17,287,513표,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단일 후보), 김문수 41.15%(14,395,639표,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8.34%(2,917,523표,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0.98%(344,150표, 정의당 후보)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범여권’(정의당 제외)과 ‘극우 묻은 보수’(개혁신당 제외) 그룹으로 분류해 비교 그래프를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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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위 범여권(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의 이번 지방선거 득표수는 모두 합해 약 1,446만표로 이재명 후보의 득표 대비 약 281만 표 감소했고, 국민의힘과 황교안의 자유와혁신으로 표현된 보수 표는 약 1,120만 표로 김문수 후보 득표 대비 약 318만 표가 감소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득표 감소를 지방선거의 특수성이 반영된 당연한 경향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지방자치제도의 효능감 한계 때문에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원래’ 적고, 그러다 보면 득표 숫자 자체도 자연히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방선거 자체의 특성을 포함해 이유가 무엇이든,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에게 투표했던 사람들 중 281만 명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굳이 범여권(또는 민주당)에 투표할 동기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이재명 정부의 ‘중도실용주의’, 실속 없음이 드러나다

사실 이 문제는 지방선거 전부터 민주당이 고심해 온 이재명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 간극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5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64%, 민주당 지지율은 45%였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광역비례 득표 결과 역시 46.2%였습니다. 선거 직전의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과 거의 일치하는 것입니다. 이재명 지지율 대비 19%의 격차 중 비민주당 범여권 투표율 7~8%를 감안해도 여전히 10% 이상 차이가 존재합니다. 즉, 이들은  “지금 이재명이 잘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YES”라고 하지만, “(이재명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민주당을 지지하(겠)냐?”고 물으면 “NO”라고 하는 중도-보수 성향 ‘산토끼’인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취한 전략과 그 동안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어땠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정부는 당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자본과 노동 모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써왔고, 이 과정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을 앞세워 중도층과 보수층 등 ‘산토끼’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습니다. 이런 전략은 반도체 슈퍼싸이클 등 경제 상황과 맞물려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대선 당시 지지율 49%, 대선 직후 취임 첫 주 지지율 58%이었던 이재명 정부는 올해 4월 3주 차에 지지율 65%를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이런 이재명 대통령을 롤모델로 내세우면서, 이번 선거 기조를 ‘일 잘하는 유능한 후보’로 잡았습니다. 예컨대, 서울시장 후보 정원오는 성동구청장 3선 출신으로 내란 청산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지만, 그저 유능한 행정가라는 점을 어필해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서울시장 선거는 오세훈의 승리였습니다. 행정가의 능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중도보수층 입장에서 굳이 정원오여야만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강남3구 부유층은 검증된 개발주의자를 선호할 동기가 분명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내란 청산 문제 등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쟁이 실종된 선거에서, 중도보수 대중이 굳이 이재명-민주당에 몰표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여당 견제’나 ‘선거 휴일 온전히 즐기기’가 실용적인 선택으로 비춰졌을 것입니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는, 선거 승리를 위한 이해타산이라는 기준으로만 따져도 큰 실속이 없었습니다. 때로 중도보수 산토끼 일부에게 ‘좋은 리뷰’를 받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들에게 실제 표를 얻는 데에서는 별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이재명 정부의 개혁에 실질이 없음이 드러나고, 심지어 주식 거품이 빠지는 등 경제위기가 닥쳐 정부가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기 시작하면, 진보층 역시 정부에 등을 돌릴 것입니다. 이재명 실용주의의 핵심은, 자본의 이익을 정부가 뒷받침할 테니 대신 자본에게 노동을 위한 보여주기식 양보 제스처를 가끔 해 달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노란봉투법, 삼성전자 성과급 등). 이재명의 리더십이 아무리 대단해도 자본주의에서 노동계급과 자본의 관계를 ‘공생’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보수층 사이 강화된 극우의 주도력

한편, 민주당 또는 범여권의 감소된 득표만큼 범보수 그룹도 지난 대선 대비 적은 표를 얻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투표장에 온 보수층에서는 강력한 결집 투표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예컨대, 부산시장과 울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는 했지만, 해당 지역 광역비례득표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부산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약 9만 표 이상, 울산에서 2만 표 이상 앞섰습니다. 대구에서는 내란 후보 추경호가 시장 선거에서 김부겸을 상대로 12만 표 차 승리를 거뒀고, 정당득표에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37만 표나 앞섰습니다. 서울에서도 국민의힘은 광역비례에서 근소하게 민주당을 제쳤습니다. 서울 ‘부실 투표소’도 대부분 우파 결집 투표 성향이 나타난 곳들입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도시, 국민의힘은 농어촌 강세였지만 이번에는 보수표가 도시에서도 호각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극적으로 표가 감소한 당은 바로 이준석이 이끄는 개혁신당이었습니다. (차별과 혐오 본색과 별개로) ‘친윤’과 거리를 두며 독자 출마로 291만여 표를 획득했던 대선과 달리, 개혁신당은 이번에 62만 표도 얻지 못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보수적 대중이 개혁신당이 아닌 국민의힘으로 결집한 것입니다. 특히 서울에서 ‘친윤’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오세훈 시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자, 반민주당 정서가 강력한 2030 남성 청년들은 기꺼이 개혁신당이 아닌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이들에게는 국힘의 극우적 성격보다, 민주당 낙선이 훨씬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심리가 이번 선거에서  완전한 극우라고 보기 힘든 보수층 전반에 공유된 정서이기도 했습니다. 

△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드러난 서울시장 선거 2030대 청년 지지 후보 비율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드러난 서울시장 선거 2030대 청년 지지 후보 비율

즉, 전국 지자체장 선거 결과만 보면 국민의힘은 분명 패배했지만, 정치적으로 보면(광역비례득표 기준) 선방했을 뿐 아니라 전국적 영향력을 얼마간 복원하기까지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자리만 얻고 참패했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윤석열 정부 당선과 제8회 지방선거 압승(경기, 전북, 전남, 광주, 제주 외 12곳 당선)으로 회생했습니다. 많은 자유주의자들은 국민의힘이 극우화해 대중에게 외면받으며 곧 말라 죽어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번에도 그런 낙관은 보란 듯이 빗나갔습니다. 아무리 국민의힘이 극우화하더라도, 양대정당으로서 민주당을 견제할 유일한 전국 세력이라는 지위를 잃지 않는 한 그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실망과 환멸, 견제 정서의 수혜를 그들이 가장 많이 볼 수밖에 없고, 실제 극우보다 더 폭넓은 보수층을 지지세력으로 결집하고 견인해 대표성을 행사할 것입니다. 따라서 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먼저 현실에서 계급투쟁을 통해 사회 세력관계와 이데올로기의 평균 수준을 바꾸고, 그들의 힘을 눌러 두어야 합니다. 민주당에 대한 새로운 대안 세력을 조직해내지 못하면, 우리가 다시 상대해야 할 국민의힘은 거리의 극우까지 등에 업고, 지금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보수화된 막장 세력일 것입니다.

민주당 그늘 아래의 진보정당들

이렇게 국민의힘이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결과가 곧 대중 다수가 내란 세력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범진보 계열의 득표율 합계는 약 54%로,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과 권영국을 합친 득표율 약 50.5%보다 늘어났고 이번 선거 범보수(개혁신당 포함) 득표율(43.6%)보다도 10% 이상 높습니다. 여전히 세력관계에서 수세에 놓인 것은 극우와 보수세력인 것입니다.

다만, 민주당의 진보적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는 세력들은 이번 선거에서 전혀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정부 임기 시작 후부터 이번 선거 과정에 이르기까지, 진보세력 일반이 민주당과 차별성을 드러내기보다 ‘공조’에 집중한 결과일 것입니다. 예컨대, 정의당과 진보당의 중요한 근거지가 되는 민주노총은 투쟁을 건설하고 정부와 각을 세우기보다 대화 복원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주식과 부동산 정책, 개헌, 미국의 이란 침공 등 쟁점에서 민주당과 구별되는 선명한 목소리를 내거나 캠페인을 조직하는 데 두각을 드러낸 진보정당도 없었습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눈이 될 뻔한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에서도,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은 정부를 정면비판하며 적극적으로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건설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당과 정의당(녹색당과 노동당은 각각 제주, 인천 한 군데에서만 후보를 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유의미한 득표수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습니다)의 득표율 합은 2.6%였습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심상정 후보가 획득했던 2.37%와 김재연 후보가 얻은 0.11%를 합친 것과 거의 비슷한 수치입니다. 정의당은 권영국 후보가 출마했던 21대 대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득표인 0.92%를 얻었습니다. 진보당은 순천, 전주, 광주 등의 5개 기초자치단체 선거구에서 1만 표 이상을 획득해 지역구 차원에서는 인상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전국 단위로 보면 1.68%를 획득했습니다. 그들이 선거전략으로 강조한 ‘민주당과의 단일화’도, 진보당 후보로 연합이 성사돼 당선한 경우는 없었습니다(연제구청장 선거에서 진보당 단일후보의 낙선). 안동에서 녹색당 허승규 후보가 36.68%로 1등으로 기초위원에 당선한 것 외에, 사실 진보정당의 ‘약진’이라고 할 만한 성과가 없는 것입니다. 오늘날 중년 이상 연령대의 진보층을 중심으로 민주당보다 왼쪽의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는 대안 세력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진보정당이 아닌  조국혁신당(이번 선거에서 120만 표 득표)으로 보입니다. 이 당 지지자들 중 일부는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을 대안 세력으로 봤던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보정당의 지지부진함에 대비되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여성의당은 그 활동가들이 일관된 진보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크지만, 어쨌든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걸고 서울시장 선거를 치러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유지혜 후보가 ‘베테랑’ 권영국 후보보다 서울에서 겨우 1만 표 적은 4만 3천 표나 얻은 것입니다. 즉, 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목소리에 대한 관심과 갈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진보세력이 그런 정서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상황입니다. 진보 세력이 민주당을 ‘견인’하겠다는 명분 하에 민주당과 제대로 차이를 드러내지 않거나 드러내지 못하는 형국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과연 민주당의 실용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 진보정치가 대중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보일까요? 이미 우리는 2000년대 중후반 민주노동당과, 2010년대 정의당이 민주당과 ‘연대책임’을 졌던 상황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 2022년 1월, 닷새간 칩거를 끝낸 심상정 당시 대선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 편을 든 것을 두고

2022년 1월, 닷새간 칩거를 끝낸 심상정 당시 대선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 편을 든 것을 두고 “20년 정치 생활 중 가장 큰 오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 뉴스1

전망

민주당은 이번 선거결과 이후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선거 성적 자체도 기대 이하였고, 무엇보다 선관위 부실 선거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계속되는 중입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4주 연속 하락해 51.5%까지 떨어졌고,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 힘(44.3%)이 민주당(38%)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나갔습니다(리얼미터 2026. 6. 15. 발표). 민주당과 이재명 모두 지난 1년간 내란 청산과 사회개혁에 지지부진했던 것이 진보층(집토끼)을 충분히 결집시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그 직후 선관위 사태라는 악재까지 만나 중도보수층(산토끼)의 대통령 지지율 이탈까지 가속화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당장의 위기는 어떻게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양다리 걸치다가 양쪽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상황의 ‘예고편’이 분명합니다.

이번 선거는 결과만 두고 보면, 한국 사회의 민주적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아주 실망스러운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언제든 훼손할 태세가 되어 있는 극우 세력의 만만찮은 존재감을 확인한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사회 변화를 열망하는 대중의 시선에서 보면, 민주당의 실용주의 노선은 지지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만족감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중도보수층 입장에서 보아도, 민주당의 실용주의 노선은 때로 칭찬할 만한 구석은 있지만 민주당을 열정적으로 지지할 동기까지 부여해주지는 못합니다. 이 딜레마는 극우화된 국민의힘이 주류정치 무대 중심으로 복귀해 백래시를 자행할 틈새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 틈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질수록 점점 더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 

사실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 최악의 그림은, 산토끼의 변심보다 집토끼의 가출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어찌 됐든 집토끼들은 국민의힘을 지지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에 근거해, 산토끼를 잡기 위한 외도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내란 반대 정당’이라는 당근의 유통기한은 점점 그 수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재명 정부 자신의 온건하고 실용주의적인 처신이 내란 청산 쟁점을 한국 정치의 변방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조희대 대법원장 하나 어쩌지 못하면서, 다수 대중에게 전혀 와닿지 않는 ‘검찰 개혁’같은 이슈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권력구조 개편에나 몰두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진보대중에게 새로운, 다른 카드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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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 심판할 것인가, 심판당할 것인가

문제는 지금 이재명 정부가 왼쪽 지지자들에게 줄 수 있는 다른 당근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재명 정부가 과연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어떤 실질적 개혁을 대중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요? 반도체 호황으로 걷은 예상 초과 법인세 수입조차 자본에게 자진해 돌려주겠다는 정부가, 대중에게 기껏 내는 생색이래봐야 소비 쿠폰 따위에 불과할 뿐입니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하룻밤에 수백, 수천만 원은 우습게 오가는 것을 경험한 대중에게 이제 그런 조치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개혁”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이 정부는 국민연금을 동원해 주가 상승에 위험하게 올인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협력해 경제 지표 숫자 개선에나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에게 내란세력이 돌아오길 바라냐고 위협하는 것이 그들의 최선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전략이 영원히 먹힐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당분간 노동조합 간부들이나 진보정당 지도부 등 직업적 진보 활동가들에게는 먹힐 수도 있겠지만, 양극화 심화로 생계가 곤란해진 평범한 노동계급이 이재명의 사정을 헤아려가며 투쟁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경기 호황으로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파업 직전까지 간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고임금 노동자들 또한 앞으로 계속 투쟁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1년을 관리했음에도 그 기반은 꽤나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향후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투쟁이 벌어진다면, 이재명 정부는 갑작스럽게 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런 미래 속에서 좌파정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자문하게 합니다. 민주당 정부에 맞선 독립적인 투쟁을 강화하는 일에 일조하면서 정부의 위기를 좌파의 기회로 삼으려 노력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재명 정부의 위기는 곧 극우의 귀환으로 이어진다고 여기면서 독립적인 투쟁을 가라앉히려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이렇게도 바꿔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을 심판할 주체의 편에 설 것인가, 민주당과 함께 심판받을 대상이 될 것인가?” 극우에 맞선 최상의 투쟁은 민주당과 동맹해 극우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 대안을 구축해 민주당 정부의 실정에 맞서는 것입니다. 좌파는 집권 세력에 맞서 투쟁함으로써, 극우가 그 대안이 될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위기와 기회는 종이 한 장 차이고, 진정한 문제는 민주당의 대안 세력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급진좌파냐 극우냐에 있을 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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