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이 글은 4월 첫째주 목요일 베프레터에 실렸습니다.
<경향> 4월 1일 ; ‘고령화 시대’ 지하철 무임승차가 논쟁 된 이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갑자기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 전쟁 비상사태 대책 중 하나로 노인들의 무임승차 제도를 손볼 방법을 찾자고 했습니다. 출근시간대에 생업과 무관하게 지하철과 버스에 탑승하는 노인들에게 한두시간 가량 요금을 부과해 대중교통 이용량을 줄여보자고 한 것입니다. 그래야 혼잡도가 줄어들고, 유가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게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입니다.
<조선일보>를 포함해, 그동안 지하철 등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적자 운영을 걱정해오던 이들은 기가 살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무료 승차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국민의 5분의 1이 무료 승차를 한다는 자체가 정상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대중교통은 평범한 사람들과 노동자의 ‘발’인 필수 공공서비스입니다. 지금도 경기도민과 서울시민들 기준으로 한 달에 적게는 평균 6만원대부터 많게는 13만원 이상도 대중교통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노인 뿐 아니라, 오히려 모든 사람들에게 더 저렴하게, 또는 무상으로 공급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서비스에 사용되는 재원 또는 공기업의 ‘손해’는 마땅히 지출되어야 할 사회적 비용이지, 줄여야 할 낭비가 아닙니다. 특히, 노인 대상 대중교통 무료화의 경우, 노년층의 외부 활동을 고무해 우울증, 자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이에 따른 의료비도 절감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2020년 서울연구원).
이재명 대통령의 아이디어가 대중교통 혼잡도를 얼마나 줄일지도 의문입니다. 노인 무임승차 이용자는 하루 전체 시간대에 고루 분산되어 있어, 출퇴근 시간대에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무임승차를 하는 이용자 비중은 전체 대비 8.3%에 불과합니다. 혼잡도를 의미 있게 줄이려면,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노동력과 시설을 확충해 배차를 늘려야 합니다. 사실 노동자들이 출퇴근길에 기름값 걱정에도 불구하고 승용차를 이용하는 또다른 이유(경기도에서 서울 통근하는 노동자의 55%가 승용차 이용)는 대중교통이 승용차보다 1.4배 이상 많은 시간을 소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 역시 배차 증설과 급행 노선 등의 방법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국가가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중장기적 안목으로 비용을 더 들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전쟁 추경으로 26조를 편성해,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고유가 피해지원금으로 4조 8천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돈은 국민들을 거쳐 결국 석유 기업들에게 주로 흘러들어갈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을 직접 보전해주는 데 4조 2천억 원, 수출기업 피해 지원 및 공급망 안정에 2조 6천억 원이나 책정했습니다. 기업에게는 이렇게 아낌없이 큰 돈을 지원하면서, 노인들의 교통비 몇 푼을 끊겠다고 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시각이 기본적으로 어디서 출발하는지 추측하게 해줍니다. 환율 1,530원 돌파, 유가 등 전방위 물가 인상 등 미국의 이란 전쟁이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도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트럼프를 몰아내고 전쟁을 당장 끝내는 것이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고통을 떠넘기기 위한 갈라치기와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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