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2년차 : 한국 정치와 투쟁의 전망

이재명과 민주당 정부에 대한 기대?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은 민주당의 잡은 물고기?

문제는 이러한 이재명 정부의 행보에 대한 운동 진영의 반응입니다. 민주노총은 ‘2026년 사업계획’에서, 민주당이 노동계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하면서도 “정권교체로 민주노총의 사업과 투쟁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었고 “민주노총이 제기한 사회개혁, 노동개혁 과제가 국정 과제로 공식화”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방향은 큰 틀에서 맞지만 속도가 느리거나 내용이 불철저하므로 “대정부 압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미묘합니다. 민주당 정부가 원칙적으로 개혁을 위한 공조 내지 동맹의 대상인지, 개혁을 지연시키거나 본질적 변화를 방해하는 투쟁의 대상인지가 모호한 것입니다. 이런 민주노총의 애매한 입장은 실천의 영역에 가보면 사실상 후자에 가깝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사업계획에서 2026년 파업 일정을 6월 지방선거 이전이 아닌 7월로 잡은 것입니다. 지방선거 직전이 어떤 이슈든 여론화하고 정부로부터 확실한 양보를 받기 좋은 최적의 타이밍임에도, 이 시기 정부와 각을 세우는 상황은 피해가겠다는 것입니다. 

또, 민주노총은 2018년 정부, 사용자와 함께하는 “사회적 대화”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에도, 2025년 9월부터 민주당 주도의 국회와 사회적 대화를 재개했고 이번 달 11일에는 고용노동부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운영협의체(노정협의체)를 발족시켰습니다. 해당 노정협의체에는 사용자가 들어오지는 않지만, 고용노동부가 별도로 사용자들과의 운영협의체를 운영하므로 사실상 한 다리 건너 ‘노사정 협의체’가 복원된 셈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결정은, 노동조합운동의 상층 지도자들 중심으로 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널리 퍼져있음을 보여줍니다. 대중 집회와 파업 등을 조직하지 않는 일상적 상황에서도, 민주당 정부와 대화를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먹고 살기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기층의 평범한 노동자들, 특히 청년 세대 노동자들보다 노동조합운동을 오래 경험한 상층 지도자들이 민주당에 대해 더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이들 정부가 주도해 온 노동조합 탄압과 적대 정책에 대한 반감이 이재명 정부 정도면 양반이라는 생각을 강화시키고 있는 듯합니다.

민주당의 본질

그러나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부 15년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대중 정부는 IMF 극복을 명분으로 한국 사회에 신자유주의를 도입하고 노동법 개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역시 모든 사회개혁에 대한 기대를 배신하고,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하고 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쟁 질서를 안착시켰습니다. 이미 보았듯이, 진보 대중의 ‘북한 공산당급 지지’를 받은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신자유주의 사회 질서가 도전받기는커녕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들만 대중 속에서 더 힘을 키웠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그들 소속 정치인의 일부를 과거 민주화 운동 출신 인사나 현직 사회운동의 활동가, 운동을 지지하는 지식인에서 충원해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예컨대, 노무현, 문재인, 조국, 박원순, 박주민 등). 그래서 인적 구성으로만 보면, 민주당은 사회운동 일부에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다수의 민주당 정치인은 과거 군사 독재 정부와 싸우거나 경쟁한 경험이 있다 해도, 엄연히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 정치인’(부르주아 정치인)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기업과 지역 부자의 후원을 받아 정치 활동을 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페이백’합니다. 

민주당의 이런 성격은 한국 역사 최초의 정권교체를 실제로 이뤄낸 후부터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민주당은 정치권력을 쥐고 본격적으로 한국 사회의 기성권력 곳곳에 자기 사람을 심거나 ‘라인’을 만들었습니다(행정기관, 사법기관, 경찰과 군대, 공기업 등). 기업들 역시 더 이상 민주당을 ‘무책임하고 위험한 야당’이 아닌 수권 세력으로서 인정하면서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 힘)은 불법정치자금으로 8백 23억원을, 노무현 캠프는 1백 13억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여전히 “정통보수”인 한나라당이 기업들의 제1순위 선호 정당이기는 해도, 민주당 역시 ‘배팅’할만한 위상으로 치고 올라 왔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민주당의 주류화는 오늘날 더욱 강화되었는데, 2024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합법적) 국회의원 후원금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약 37억 원, 민주당 국회의원들 약 31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기업과 권력자들의 촘촘한 관계망 속에 있으면서도, 사회운동과 진보적 유권자들을 지지 기반으로 삼는 민주당의 ‘두 길 보기’는 그들의 강령에도 언뜻 드러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강령은 자신들이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며 국민의힘과 선을 긋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정책목표 중 첫째로 나열되어 있는 것은 ‘혁신 성장과 (민주적) 시장 경제’입니다. 공정한 사회, 안전한 사회, 보편복지, 노동존중, 성평등, 경제 민주화(이는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이기도 했습니다) 등 온갖 진보적 단어들도 함께 나열되어 있지만, 이들의 가치와 시장 경제가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미스테리를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슬로건으로 간단히 해결하려 했습니다. 복지와 평등도 돈이 된다, 즉, 경제 양극화와 불평등이 약화되면 평범한 사람들의 구매력이 상승해 기업과 경제에도 득이 된다는 논리를 내놓은 것입니다. 그러나 최종 목적이 경제 성장이고 평등은 그 수단에 불과하다면, 평등이 성장에 효과적 수단이 아님이 드러났을 때 민주당이 실천에서 무엇을 우선하게 될까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역할

민주당이라는 집단의 본질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와 정부가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직시해야 합니다.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현대 국가의 집행부는 부르주아지 전체의 공동 업무를 관장하는 위원회일 뿐”이라고 분석한 것에 더해, 레닌은 <국가와 혁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부’의 전능함은 민주공화국에서 더 확실해진다. … 민주공화국은 자본주의로서는 가능한 최선의 정치적 외피다. 그러므로 자본은 이 최선의 외피를 … 획득한 뒤에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인물이나 제도나 정당이 아무리 교체되더라도 자본의 권력이 전혀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하고 튼튼하게 그 권력을 확립한다. 

개혁을 성취할 전략

급진좌파의 과제 

“이재명 정부 2년차 : 한국 정치와 투쟁의 전망”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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