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개인들의 실천으로 막을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이 글은 2025. 9. 27. 진행한 <이달의 포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개인적 실천, 어떻게 볼까“에서 발제 및 토론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이 1.5도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목표 기한은 2100년까지였죠. 그런데 2024년, 지구 온도는 이미 1.55도나 오르고 말았습니다. 협약을 맺은 지 불과 9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요. 온실가스를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이기 위한 조치가 이제는 정말로 시급합니다.

1.그래서 나는 텀블러를 사용하고, 실내 적정온도를 지켜서 냉방하고 있어. 개인들 각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많은 책과 유튜브에서 개인적인 실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연료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가정에서 배출되는 양은 전체의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는 에너지산업, 제조업, 건설업 등 산업과 수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거죠. 실내 적정온도 준수나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와 같은 개인적 실천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는 극히 작습니다.


기업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른 통계도 있습니다. 2024년 ‘카본 메이저스 데이터베이스(Carbon Majors Database)’의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협정 이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는 불과 57개 기업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심지어 파리협정 이후 7년 동안 이전 7년에 비해 화석연료 생산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기도 했어요.

한국만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색연합이 2021년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에 공개된 국내 주요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명세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산 총액 기준 상위 10대 그룹과 한국전력공사의 배출량을 합치면 국가 전체 배출량의 64%를 차지합니다. 민간기업 중 포스코는 무려 단독으로 한국 전체 배출량의 13%를 차지하죠.

문제는 이렇게 많은 연료와 제품 생산이 꼭 수요가 있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철강도, 전기차 배터리도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이지만 어느 기업도 먼저 쉽사리 생산을 줄이지 않습니다. 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다른 기업보다 먼저 생산을 줄일 경우 시장에서 아예 내쫓길 수도 있기 때문이죠. 결국 기업의 불필요한 생산을 규제하지 않고서는 온실가스를 절대 감축할 수 없습니다.

2.기업의 생산을 어떻게 규제하는데?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더 사고, 환경 파괴적인 제품을 덜 사면 되려나?

텀블러 사용과 같은 개인적 실천은 의미 없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소비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더 사고, 그렇지 않은 제품을 덜 사게 되면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게 되고, 결국 모든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끌려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들은 심지어 친환경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를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요. 이는 기업에게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가장 먼저 평범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점에서 부당합니다.

소비자운동 자체의 효과도 의문이에요. 가장 흔한 소비자운동 형태인 불매운동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남양유업, 옥시, 유니클로, SPC삼립을 비롯한 SPC그룹사 등에 대한 불매운동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 정도로 거셌습니다. 그러나 불매운동으로 기업들이 영업이익에 뚜렷한 타격을 입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설령 어느 시점에는 이익이 감소했더라도, 돈을 들이붓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버티기로 결국 반등에 성공하고 맙니다. 불매운동으로 망한 기업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것만 봐도 불매운동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죠.

3.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는 정치인에 투표하는 건 어때? 

투표를 ‘잘’ 하는 시민이 되라는 것은 어느 사회문제든지 해결책으로 등장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투표를 잘 하면 기업을 잘 규제할 수 있을까요? 먼저, ‘어떤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나서는지’의 문제입니다. 선거에 나가려면 돈이 엄청 많이 들죠.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535억원, 김문수 후보는 450억원을 선거비용으로 사용했어요. 돈이 없으면 후보 등록조차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결국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어마어마한 선거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이 사회의 지배계급의 일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기업을 운영하는 자본가들과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이죠.

서민적인 사람이 어떻게 후보 등록은 했다고 해도, 당선이 되어야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서민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후보가 당선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자신이 ‘진보적으로’ 보여질 경우 기업들의 지지를 잃을 것이 걱정이 되어서였겠죠. 당선되고 나면 국가 경제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 선거 단계에서부터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선출되더라도 그 이후에 공약을 안 지킬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이 마음을 바꿔 이상한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평범한 유권자들은 이를 통제할 수 없어요. 4년이나 5년 뒤,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어떤 정치인이 선출도 됐고,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도 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이 나라를 굴리는 사람들 중에는 선출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행정부의 관료들이 어떤 정책을 반대하는 경우 해당 법안은 애초에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어렵습니다. 이들은 지배계급의 이익에 반하는 내용을 애초에 의제로 상정하지 않거나, 의사결정을 한없이 미루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선출되지 않는 사람들을 강제할 방법이 없죠. 또, 기후 위기와 관련한 법적 갈등 상황이 벌어지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도 알 수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법원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가장 큰 한계는 자본주의 국가의 역할 그 자체입니다. 자본주의 국가는 전 지구적 경쟁 속에서 경제적, 군사적으로 다른 국가보다 우위를 점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국가의 책임자들은 그 나라의 경제력을 좌우하는 자본가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죠. 국가를 운영하는 데에는 이들이 내는 막대한 세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도 하고요. 이것이 국가가 때로 특정 기업을 규제할 수는 있지만, 기업 일반을 규제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특정 정치인의 의도나 정책이 무엇이든, 가장 중요하게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기업들이 정책에 얼마나 협조할지는 언제나 완전히 미지수입니다. 기업은 자신이 가진 온갖 영향력과 돈을 이용해 기후 정책이나 법적 규제를 회피하고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법 자체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다시 바꿔버릴 수도 있겠죠.

즉, ‘기후위기 해결에 진심’인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이런저런 저항과 한계에 부딪혀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권 정치로부터 독립해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과 새로운 국가를 요구하는 대중운동입니다.

4. 만약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기업을 규제해서 기업이 어려워지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사람들이 기후정의 운동에 나서도록 설득할 수 있는 걸까?

기후 위기 정책이 결과적으로 기업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이윤을 감소시켜 경제를 어렵게 만들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이 어려워지면 노동자들도 힘들어지니까, 결국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운동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고 위협하는 거죠.

그러나 기업은 언제나 어렵다고 엄살을 부립니다. 상황이 괜찮을 때에도 언제 올 지 모를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평소에도 임금을 올리거나 노동조건을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기 일쑤입니다. 경영상 위기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할 때에도 경영진들은 많은 배당금을 챙겨가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봐 왔습니다. 

우리는 기후위기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지, 노동자들을 해고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후 위기로 기업의 이윤이 줄어들더라도, 그 때 기업의 대응은 기업의 선택이고 기업의 책임이죠. 활동가들이 기업의 선택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그래야 한다면, 우리는 기업의 이윤 창출에 타격을 주는 어떤 운동에도 나설 수 없을 거예요. 기업의 이윤이 줄어들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자리와 삶의 수준은 지켜져야 합니다. 기업과 정부가 책임을 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활동가들은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삶이 각박해지는 것은 운동에 나선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이윤 보전만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과 평범한 사람들을 책임지지 않는 국가 때문임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겨냥한 운동을 더욱 크게 만들어야 합니다. 

5. 그래서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해?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는 말은 기후 운동의 유명한 슬로건입니다. 그런데 체제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른 듯합니다.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약간 고쳐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죠.

그러나 자본주의 이윤 논리로 인해 생긴 기후위기는 자본주의로 극복할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자본주의를 폐지하고, 완전히 다른 체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소수의 자본가들이 이윤 축적을 위해 마음대로 자원을 활용하는 사회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필요와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민주적으로 자원 활용을 계획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죠.

결국 기후운동은 자본주의에 맞서는 다양한 운동들과 결합되어야 합니다. 특히 자본주의의 이윤 논리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힘을 가진 노동자들의 투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이것이 기후운동과도 결합되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이런 연결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실천이 필요합니다.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면서 모든 운동들이 자본주의를 겨냥하도록 연결시킬 활동가들의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실천은, 바로 이것이어야 합니다.[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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