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3일 공수처와 경찰이 보여준 무기력함은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다 못해 황당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공수처는 1월 6일 체포영장 만료 시간이 다가오자 아예 자신은 영장 집행에서 빠지겠다고 경찰에게 주도권을 모두 넘기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경찰대로 단독 집행을 거부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공권력은 윤석열 앞에서 왜 이렇게 까지 소극적일까?
단호한 윤석열과 국민의 힘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지금 벼랑 끝에 있다. 지금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면, 남은 지지자들 대다수도 모두 그들을 떠나버릴 것이다. 윤석열은 파면과 내란죄 유죄를 피하기 위해 시간을 최대한 벌어야 하고, 국민의힘은 파면까지는 감수하더라도 다음 권력을 재창출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켜야 한다. 이들은 지금 문자 그대로 아무 말이나 떠들면서 뭐든 조사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우기고 있는데, 정작 그러면서도 조사나 재판 자체에도 준비가 필요하다며 무조건 미루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난 계엄에 대한 기억이 사람들 사이에서 흐릿해지면, 또는 다른 사회 문제나 민주당의 실수가 새로 생기면 탈출구가 나타날 거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 시위가 잦아들자 박근혜와 관련한 여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비율이 늘어났다. 국민의 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가 유죄로 나오는 그 날을 버팀목으로 생각하고도 있다.
국민보다 국민의 힘 눈치를 보는 경찰과 공수처
그런데, 국민의 힘은 윤석열 정부는 물론,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그 훨씬 이전의 정부들을 운영해 온 전통적 지배세력이다(이에 비하면 민주당 계열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15년만을 집권했다). 경찰은 국민의 힘의 전신인 군사 독재 정부와 여당과 오랜 기간 밀착해왔고, 지금도 고위 간부 상당수가 국민의 힘 정치인들과 인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거나 그들과 보수적 정치 사상, 지위와 권력 등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경찰 고위 간부 중 민주당 계열 쪽에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된 이들도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경찰 간부들이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이익과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파벌이 갈린 채 각자의 계산기를 두드리며 힘 겨루기를 한다는 데에 있다. 지금 윤석열 체포를 국민의 힘이 단호히 반대하는만큼, 경찰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리 없는 것이다.
공수처는 민주당이 주도해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국민의 힘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공수처는 신생 국가기구로서 한 편으로는 이번 사건을 통해 자기 영향력을 강화하고 싶어했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서 힘을 잃지 않은 국민의힘 주류를 완전히 적으로 돌리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가뜩이나 이제까지 민주당 편 조직으로 낙인 찍혀 여당의 날선 공격을 받아왔는데(여당은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공수처 폐지를 주장했고, 2022년 청사 건립 예산 배정에도 반대했다), 윤석열 체포를 지금 총대 메고 진행했다가 이후 돌아올 수 있는 후폭풍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을 것이다.
공수처와 경찰은 애초 의지가 없었다
애초에 공수처와 경찰이 정말로 윤석열을 체포하려고 했다면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물리력을 사용했어야 했다. 2021년 민주노총 사무실에 쳐들어와 양경수 위원장을 잡아가려 했을 때 경찰은 2천 명을 동원했다. 반면 이번에는 5백명이 무장하고 있을지도 모를 관저에 겨우 2백 명 가량을 데리고 갔을 뿐이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이 불가능했던 이유로 경호처의 개인화기 소지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비상계엄을 정말로 막고 싶어했던 시민과 국회의원들이 총부리를 붙잡고 계엄군을 저지했던 결의와 비교하면, 공수처의 이런 핑계대기는 비웃음을 자초할 뿐이다. 진심으로 영장을 집행하고자 했다면 경호처에 두들겨맞더라도 진입을 시도하고 경호처의 불법성을 언론으로 생중계하며 극우와 윤석열씨의 사기를 꺾었어야 했다. 만일 그랬다면 더 많은 국민들이 한남동으로 달려왔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을 하지 않은 채 공수처와 경찰은 신속하게 물러났고, 결과적으로 윤석열의 사기만 올려줬다. 경찰의 행동을 기다리기보다, 더 강력하게 경찰과 윤석열 모두를 압박하기 위한 국민들의 직접 행동이 필요하다. [V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