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청년공공임대주택 공급 논의

이재명 정부가 이제까지 나왔던 주거 정책 중 평범한 청년들의 귀가 가장 솔깃할 만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교통 요지인 서울 한복판 용산에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짓겠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지목한 땅은 미군기지로 쓰이다 반납된 부지 300만 제곱미터로, 그 중에서도 옛 장교 숙소와 군인아파트 용지, 방위사업청 부지, 현재 ‘용산어린이정원’ 등을 후보로 꼽고 있습니다. 만약 위 300만 제곱미터 중 20%인 60만 제곱미터를 주택용지로 사용해, 용적률(지상층의 모든 바닥 면적을 더해 부지 면적으로 나눈 값, 용적률이 높을수록 고층 건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00%의 건물을 지으면 약 21평의 주택 2만 6천여 채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은 팔을 걷어붙이고 반대에 나섰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시민의 삶을 지키고 미래세대에 온전히 물려줘야 할 소중한 국가자산”인 서울시의 대규모 녹지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습니다. 청년임대주택이 아닌 부동산 규제 완화, 재개발-재건축 추진이 주택 공급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용산의 일부 주민들은 공원부지에 청년임대주택을 짓는 것이 자신들의 재산권(집값)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아예 노골적 반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으로 아파트를 지어봐야 청년들 중 자기 돈으로 그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입니다. 30년 빚쟁이가 되기로 결단하고 은행 돈으로 집을 사는 청년들까지 모두 합쳐봐야 여전히 일부입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사람들, 그곳에 분양된 아파트를 살 사람들 다수는 이미 서울에서 안정적 주거를 갖추거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이들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미래세대”의 녹지에서의 여가와 휴식을 말하지만, 정작 “미래세대”가 제 몸 하나 편히 눕힐 양질의 주거를 마련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의 용산 청년공공임대주택 추진 움직임이 진정 청년들의 삶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투성이입니다. 가장 문제는 지금 시작해서 이 사업이 언제 끝나겠느냐는 것입니다. 공사기간도 기간이지만, 법률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용산공원은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쓰도록 법률로 묶여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법을 개정해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지의 오염 상태도 문제입니다. 정부는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하겠다며, 건축 전 진행해야 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도 생략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원래 미군기지로 쓰였던 용산공원은 중금속·기름 등 토양 오염이 심각한 상태인데, 오염토 현황을 평가하는 절차를 생략하겠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정부는 오염토 정화를 공사 현장 내부에서 해야 하는 원칙에도 예외를 인정해서, 오염토를 외부로 반출할 수 있게 해 공사기간을 더 줄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전’이 민주당의 청년 지지층 이탈을 막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과연 “미래세대”의 안전과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일지 의문입니다.

부지 확정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실종된 상태입니다. 즉, 얼마나 충분한 숫자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고, 어떤 면적의 주택에,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거주가 보장되는지, 어떤 기준을 만족해야 청년들이 공공임대주택에 살 수 있는지 등의 문제는 전혀 이야기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청년 대상 공공주택이 일반주택 분양 못지 않은 ‘로또 청약’이라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202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주관한 1차 ‘청년안심주택 공공임대 주택 청약’은 경쟁률이 무려 105:1이었습니다. 겨우 610가구를 모집했는데, 6만 4천 명의 신청자가 몰린 것입니다. 당산의 ‘한화포레나’ 단지에는 10평짜리 집 1채의 청약에 6,293명의 신청자가 지원했습니다. 

높은 경쟁률은 단순한 공급량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진행한 ‘행복주택’ 사업의 경우, 비어있는 주택의 비율(공가율)이 2025년 7월 기준 10.1%(1만4710호)나 되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공가율은 면적에 반비례하는데, 10~20제곱미터(3~6평)의 공가율은 12.5%나 되는데 50제곱미터(15평) 이상의 공가율은 0%였습니다. 혼자 살기에도 턱없이 좁은 집에서 결혼이나 육아는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주기간 역시 문제인데, 최장 10년까지 보장된다고 하지만 2년마다 재계약을 하며 그때마다 소득·자산·무주택 여부를 다시 심사받아야 하고, 기준을 넘기면 임대료를 크게 올려 내거나 퇴거해야 합니다.  또, 10년을 살더라도 그 기간 동안 알아서 충분한 자산을 모으지 못하면 그 이후 주거 역시 막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애시당초 ‘애매하게’ 소득이 넉넉하지 않은 청년과 신혼부부들(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이하가 아닌 사람들)은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대상조차 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 정부가 진정으로 청년 주거 문제를 공공성 강화로 풀고자 한다면, 이런 기준들부터 확실하게 손봐야 합니다. 또 그린벨트 규제 해제 등 신규 주택 공급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청년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주거지를 마련 하려 해야 합니다. 예컨대,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더 걷어서 신촌, 이화여대, 가로수길 등 도심에 위치해 있지만 공실률이 높은 상가건물을 대거 사들이고 주거지로 개조하는 등의 “공공 재개발” 사업을 벌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집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양질의 주거를 사회가 보장한다는 신호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지 못하는 한, “내 집 마련”만이 안정적 주거 대책이라는 대중 정서는 변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부동산의 투기시장화를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투기꾼들, 개발주의자들과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택을 상품이 아닌 공공재로 만들기 위한 일관되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V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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