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일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신중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JTBC
* 이 글은 7월 2호 베프레터(7/10)에 실렸습니다.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5월 광주에서 고등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장윤기를 수사하던 경찰이 오히려 사건을 덮으려하다 들통났습니다. 현직 경찰인 장윤기 부친(이하 장 경감)이 핵심 증거를 은폐했을 뿐더러, 경찰 수사팀과 유착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장 경감은 장윤기의 강간 살해 혐의를 입증할 리얼돌과 핸드폰을 자취방에서 가지고 나와 인멸했는데, 경찰은 장윤기가 장 경감과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집 주소와 비밀번호까지 알려줬습니다. 이외에도 경찰은 영장 청구 계획을 장 경감에게 미리 공유하고, 일부러 증거물을 미확보하거나 보고서에 내용을 누락했습니다. 사건 직후 경찰서장과 수사팀장 등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지속적으로 장 경감과 소통해온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17살 여학생이 무참히 살해당한 끔찍한 사건 앞에서도,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 몰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믿지만, 현실의 국가기구는 그런 임무를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 또다시 명백히 밝혀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기소권만 남기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올해 10월부터는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더라도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고, 수사기록을 보고 기소여부만 판단하게 됩니다. 만약 보완수사권이 폐지된 상황에서 이번 부실 수사 사태가 벌어졌다면 경찰의 사건 은폐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보완수사권 폐지는 철회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보완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검찰 역시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해 사안을 은폐하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를 신고한 피해자에게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을 줬던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서지현 검사나 임은정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가 있었지만, 끝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성폭력 사건뿐이 아닙니다. 검찰의 정치인과 재벌 봐주기 수사는 이제 너무 유명해 영화와 드라마 등의 단골 소재가 됐습니다. 최근에도 검찰의 ‘윗선’이 쿠팡 수사를 못하도록 막은 일이 폭로된 바 있고, 바로 며칠 전에도 김건희 사건 무마 의혹을 받는 지검장에 대한 특검의 소환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검찰이 경찰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해야 할 이해관계를 더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검찰이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진행된 것(검찰의 과도한 권력 독점, 조직 이해관계에 따른 불공정한 수사)을 기억해야 합니다. 경찰과 검찰 모두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명확한 출발점이라면, 경찰을 감시하고 통제할 주체로서 굳이 검찰을 택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선출되지 않은 국가권력이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평범한 사람들이 이를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급진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하려면, 통제되지 않는 국가기구끼리의 상호견제가 아니라 국가기구에 대한 대중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것입니다. [VF]

검찰이 묻어버린 수사들 ⓒ 참여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