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이 글은 “베프레터”(1월 네번째 월요일 발행호)에 실렸던 <위클리 코멘트>를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 발행 시점에 맞춰 “베프레터”의 <위클리 코멘트>를 읽고 싶다면, 베프레터를 이곳에서 구독해주세요.
이재명 대통령이 울산시장과의 만남에서 조선 산업의 저임금 실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조선 현장의 노동 강도가 상당히 셀 텐데 최저임금을 준다고 하니 우리 국내에선 고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외국인 노동자를 조선 분야에 싸게 고용하는” 것이 기업들에게는 좋겠지만 한국 사회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울산시는 지난 해 “광역형 비자” 제도를 시범 도입해 기업에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해왔지만, 갑자기 제동이 걸린 셈입니다. 이런 이재명 정부의 입장은 그동안 노동조합 운동 일각에서 제기되어 온 시각을 받아들인 결과로 보입니다. 기업이 이주노동자 고용을 늘리면, 이주노동자의 낮은 임금 수준 때문에 정주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를 수 없고 결국 해당 산업 분야의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의 흔한 실천적 결론은, 이주노동자의 국내 유입을 막거나 통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은 하청 노동자들이, 떼돈은 사장님들이
물론, 현재 조선산업 하청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대우는 매우 열악하고 이는 반드시 바꿔 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2022년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51일 파업과 도크 점거로 세상에 알려낸 것처럼, 조선산업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정말이지 처참한 수준입니다. 선박을 만들고 수리하는 일은, 다른 제조업 일반과 비교해 산업재해 발생률이 3~4배 이상 높습니다. 이렇게 더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조선소 용접공 1년차 하청노동자는, 토요일 연장근로까지 했는데도 2025년 3월 급여로 겨우 204만 원을 받았습니다(실수령액, <경향신문>). 사실상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입니다. 연차가 쌓인 노동자도 상황은 비슷해서, 법정 최대한도로 잔업과 특근을 모두 해봐야 32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원청 노동자들의 50~70% 임금만 받고 일하는 하청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조선업 종사 근로자의 60%가 넘습니다. 국내 3대 조선기업인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구 대우조선)은 본인들 사업에 필요한 노동자의 63%를 하청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데(2024년), 특히 한화오션은 그 비율이 거의 70%에 육박합니다. 2023년 한화오션의 원하청 통합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산업재해 사망자는 모두 하청근로자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에 기대어, 한화오션은 2026년 매출이 14조 1천7백억 원(영업이익 1조 7천억 원)을 달성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하청노동자 임금을 인상시켜 줄까? 어떻게?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말도 안되는 저임금 체계는 2015년 이후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당시 조선업계가 불황을 맞이하자,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하청업체들의 상여금과 급여를 깎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내려간 임금은 이후 한국 조선업이 호황으로 돌아선 뒤에도 제자리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은 ‘선박 수주는 늘었어도 아직 선박이 완성-인도되지 않아 돈이 없다’, ‘싸게 주문 계약을 했는데 그 사이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서 이익이 높지 않다’는 등의 핑계로 단호하게 버텨왔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조선산업 대기업들에게 더 이상 싼 값으로 이주노동자를 쓸 생각만 하지 말고, 임금 자체를 높여 국내 노동자들을 고용하라고 주문하는 듯합니다. 또, 대기업과 달리 “일선 하도급 업체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청업체의 이익을 늘리도록 제도를 바꿔 하청 노동자들 임금도 인상시켜 볼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난 몇 년 사이 하청노동자 저임금과 하청의 하청을 거듭하는 아웃소싱 구조로 선박을 만들어 이윤을 극대화하는 체계를 갖춘 기업들이, 정부의 방향을 순순히 따를지는 극히 의문입니다. 마스가(MASGA) 등 호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미국 현지 대거 투자에 대한 부담, 호황-불황이 반복되는 산업 특성 등 조선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신중해야한다고 제시할 핑계는 여전히 많습니다. 수주 물량이 유동적으로 바뀌므로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기보다 하청업체와 계약해 인력을 수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명분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 노동자로 채울 수 없는 일자리
무엇보다 기업들이 임금을 높여 국내노동자들을 쓰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할 가장 큰 근거는, 당장의 일손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2014년 조선업 종사 근로자의 숫자는 20만 명이 넘었지만, 2024년 여름에는 겨우 그 절반 정도에 이르렀을 뿐입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업계 호황으로 인해 2024년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인력 부족이 발생하고 오는 2027년부터는 13만 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1974년의 합계출생율(여성 1명이 아이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숫자)은 3.77명이었지만, 지금 20대 초반 청년들이 태어난 2004년의 합계출생률은 그 1/3도 안 되는 1.11명에 불과합니다. 줄어든 청년 인구에 비해, 그들의 이수 학력 수준과 그에 따른 생활 수준에 대한 기대는 훨씬 높아졌습니다. 1995년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자의 비율은 18%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2024년 이 비율은 56%에 이릅니다. 또, 오늘날 청년들 중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비율도 53.9%에 달합니다.
조선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금보다 크게 상승해야 마땅하고, 이를 위한 투쟁을 지지해야 하는 것과 별개로, 지금의 청년 세대들이 조선업 임금이 월 수 십 만원 오른다고 갑자기 조선소에 취업할 의사를 가지리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연 1만 명 정도 규모의 청년들에게 조선 노동자로서의 삶을 결심하도록 하려면, 조선소 사장들 이윤의 아주 많은 부분을 노동자의 몫으로 배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용자는 물론 정부조차 그런 비싼 대가를 조선업계에 치르자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특정 산업 부문의 큰 폭의 임금인상은, 다른 수많은 산업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를 자극합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모든 기업과 사용자의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결과를 부를 것입니다.

4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생률 저하 등으로 이주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사실 정주노동자들의 구직의사가 산업 부문에 따라 격차가 나타나는 현상은, 소위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모두에서 공통으로 발견됩니다. 해당 국가들은 대체로 1) 출생률 급감, 2) 생산인구의 교육 수준 향상, 3)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및 교육수준 향상 등의 현상을 경험합니다. 그 결과, 정주 노동자들 중 저숙련 노동 시장에 진입하려는 비율은 점점 감소하는데, 결국 이주 노동자들이 그 자리(농업, 식품가공, 정육, 물류, 운송, 호텔, 식당, 보육, 건설, 보수, 조경 등)를 메우면서 부유한 국가의 경제가 돌아가는 데 필수적인 업무들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을 거스르려는 정책은 국제적으로 모두 실패해왔습니다. 예컨대, 영국 정부는 ‘토박이 노동자 우선 고용’ 원칙을 내세워 온 “계절농업근로자제도”를 2013년 폐지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영국에서 일하는 계절농업노동자들의 90%가 어차피 이주 노동자들에게 돌아 갔기 때문입니다. 이는 트럼프가 아무리 장벽을 높이고 무력을 내세워도 미국의 합법적, 불법적 이민자를 모두 없앨 수 없는 것과 꼭 마찬가지입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이주를 희망하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낮은 임금을 이용할 기업이 존재하는 한, 자본주의에서 이주 노동은 결코 사라지거나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모든 하청노동자,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단결 투쟁
요컨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이주노동자 고용 통제, “광역형 비자” 제도의 재검토 정도로 하청 노동자 임금 수준이 오르리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로 조선산업 대기업들의 이익을 거슬러 이주노동자 취업을 큰 폭으로 제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런 조치를 취한다 해도 일시적인 것으로 그치거나 오히려 기업의 이주노동자 고용을 음성화하는 왜곡된 결과만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조선업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 숫자는 2만 여명에 달하고, 이는 전체 조선산업 노동자의 약 20%에 해당하는 비율입니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은 한국 조선산업 자본이 누리는 이윤의 핵심 원천이 된 것입니다. 단기간에 국내 노동자를 확충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수주 물량까지 늘어난 지금 시기에 이주노동자 숫자를 단박에 줄일 방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이주노동자 통제 시도가 아니라, 하청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강력한 단결 투쟁이 임금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조선산업 자본들은 법원 판결과 정부 주도의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으로 하청노동자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이 의무가 되었는데도, 이조차도 ‘배째라’식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누가 뭐래도 하청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니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하청 정주노동자들의 임금을 그렇게 걱정하는 이 정부는, 오히려 괴이한 노조법 시행령을 만들어 사실상 이런 사용자들의 교섭 기피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몇 마디에, 사용자들이 전향적으로 이주 노동자 고용을 줄이고 하청 정주노동자 임금을 올려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노동자들의 파업과 연대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투쟁이 승리하려면, 정주노동자들은 곁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함께 하려 해야 합니다. 하나의 배를 만드는 두 부류의 노동자들이, 공통의 불만과 요구를 가지고 함께 싸우는 경험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주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이주 노동자들이 국내의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계속 고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금처럼 그들의 유입을 막거나 내쫓자고 주장한다면 이주노동자들과 단결하기란 불가능할 것입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을 끌어내리거나 일자리를 빼앗는 역할을 한다고 적대시한다면, 이주노동자들도 정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본에게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주노동자의 처우가 정주노동자와 궁극적으로 동등해지게 만드는 것, 최소한 함께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상향하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기업이 이주노동자를 확대 고용하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킬 동기를 완전히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VF]
